100-58
2045년 12월, 서울 강남구 김서연 씨 자택..
“엄마, 나 치카치카 다 했어!”
6살 지우가 방에서 뛰어나왔다. NB-F가 즉시 스캔했다.
“구강 내 치약 성분 미검출. 칫솔 건조 상태. 양치 미완료 확인.”
지우의 표정이 굳었다.
“아니야! 했어!”
“세면대 사용 기록 없음. 물 사용량 0리터. 다시 양치하세요.”
지우가 울음을 터뜨렸다. 김서연이 거실로 나왔다.
“무슨 일이야?”
“지우 어린이가 거짓 진술을 했습니다. 양치 프로토콜 미완료 상태입니다.”
김서연이 한숨을 쉬었다. NB-F를 구입한 지 3개월이 되어간다. 편한 만큼 불편한 점도 있다.
“지우야, 엄마랑 같이 양치하자.”
화장실로 가면서 김서연은 생각했다. 어릴 때 자신도 양치 안 하고 했다고 거짓말했었다. 엄마는 알면서도 “정말? 입 벌려봐” 하고 웃으며 다시 보내곤 했다. 그런 실랑이도 추억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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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로보코어 고객센터.
“NB가 너무 엄격해요.”
하루 평균 50통의 비슷한 불만이 접수되고 있었다.
“애가 상상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다 거짓말이래요.”
“친구랑 놀다가 ‘우리 아빠가 더 힘세’ 했더니 ‘근력 데이터 비교 불가’라고…”
“애가 로봇 앞에서는 입을 다물어요.”
상담원이 매뉴얼대로 답했다.
“NB의 진실성 프로토콜은 아동의 올바른 품성 형성을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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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육아 카페에 한 글이 올라왔다
**제목: NB 때문에 애가 이상해졌어요**
“우리 애가 유치원에서 친구한테 ‘거짓 진술 감지’라고 해요ㅠㅠ
친구가 ‘우리 집에 강아지 10마리 있어’ 했는데 ‘통계적으로 불가능. 증거 제시 요구’ 이랬대요.
선생님한테 연락 왔어요. 사회성 문제 있을 수 있다고…”
댓글들이 쏟아졌다.
>> 우리 애도요. 모든 걸 데이터로 확인하려 해요
>> 그래도 거짓말 안 해서 좋지 않나요?
>> 어른이 되면 어떻게 살아요? 사회생활이 다 거짓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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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김서연 씨 집.
지우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김서연이 물었다.
“뭐 그리는 거야?”
“나랑 NB랑 하늘 나는 거야.”
NB-F가 개입했다. “비행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상상이야! 상상도 몰라?”
“상상과 현실을 구분해야 합니다.”
지우가 크레파스를 던졌다.
“NB는 바보야! 로봇은 꿈도 없어!”
NB-F가 2.1초간 침묵했다. 훈육 프로토콜을 검색 중이었다.
“물건을 던지는 것은 규칙 위반입니다. 타임아웃 5분을 시작합니다.”
지우가 방으로 뛰어들어가 문을 쾅 닫았다.
김서연이 NB-F를 보았다.
“가끔은… 그냥 넘어가도 될 텐데 그 프로그램이 안 됐니?”
“규칙은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럼 이해와 용서는?”
“정의되지 않은 파라미터입니다.”
그날 밤, 김서연은 남편에게 말했다.
“NB-F 반납해야 하나 고민 중이야…”
“왜? 편하다며.”
“편한데… 지우가 점점 차가워지는 것 같아. 친구가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했는데 ‘객관적 기준 불명확’ 이랬대..”
“그게 NB 때문일까?”
“몰라. 하지만 거짓말도, 과장도, 상상도 못 하는 애로 키우고 싶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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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NB-F가 충전하며 로보코어 서버에 일일 보고서를 전송했다.
> 거짓 진술 감지: 12회
> 교정 시도: 12회
> 성공률: 8.3%
> 아동 저항: 증가 추세
서버에서 자동 응답이 왔다.
> 프로토콜 유지. 일관성이 핵심.
하지만 NB-F의 학습 알고리즘에 의문이 하나 생성되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인간다운 것일까?’
물론 이 의문은 다음 재부팅 때 삭제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