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로봇 NB-A1 (2)

100-59

by 매그넘

2045년 12월, 서울 성북구 박진호-이하영 부부 자택.


“수아야, 아빠랑 블록 놀이할까?”

진호가 재택근무를 마치고 거실로 나왔다. 4살 수아는 NB-A와 블록을 쌓고 있었다.


“아빠 저리 가. NB랑 놀 거야.”

“아빠도 같이…”

“아빠는 못해. 맨날 무너뜨려.”


진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이었다. NB-A는 수아가 쌓으려는 구조를 0.5초 만에 파악하고 정확히 도왔다. 자신은 그저 같이 놀아주려다 실수하곤 했다.


이하영이 부엌에서 나왔다.


“NB, 수아 저녁 먹을 시간이에요.”

“네. 수아 님, 정리하고 식사하시겠습니까?”


수아가 고개를 저었다. “더 놀래!”

평소 같으면 부모가 몇 번 더 타일렀을 것이다. 하지만 NB-A는 보조 모드였다. 개입하지 않고 부모를 바라보며 대기했다.


“수아야, 이제 그만.” 이하영이 단호하게 말했다.


“싫어! NB는 괜찮다고 했어!”

“NB는 아무 말 안 했잖아.”

“안 했으니까 괜찮은 거지!”


이하영이 NB-A를 보았다. “저녁 시간이라고 말해주세요.”


“수아 님, 저녁 식사 시간입니다.”

수아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엄마 말만 들어?”


진호가 끼어들었다. “NB는 엄마 아빠를 도와주는 거야.”


“그럼 내 편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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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 중.


“오늘 유치원 어땠어?” 이하영이 물었다.

“음…” 수아가 NB-A를 쳐다봤다.

“엄마한테 얘기해.”

“NB가 더 잘 들어줘.”


찔린 듯 하영이 젓가락을 놓았다. 맞벌이에 정신없이 살다 보니 수아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준 적이 언제였나.


NB-A가 조용히 말했다. “수아 님이 오늘 유치원에서 그림 그리기 1등을 했습니다.”


“언제 얘기했어?” 진호가 놀랐다.

“귀가 후 17시 23분입니다.”


부모는 그 시간 각자 방에서 화상회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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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수아가 잠든 후…


“NB-A 있으니까 확실히 편해.” 진호가 맥주를 마시며 말했다.


“편한데… 왜 불편하지?”

“뭐가?”


하영이 한숨 쉬었다. “수아가 중요한 얘기를 NB한테 먼저 해. 우리보다 NB를 더…”


“에이… 그건 아니야. 우리가 바빴잖아.”


“NB-F로 했으면 어떨까? 차라리 완전히 맡기면 죄책감도 없을 텐데.”

“그건 또 아니지.”


화상회의 알림이 울렸다. 진호가 일어났다.

“미국이랑 긴급회의야. NB, 수아 부탁해.”

“보조 모드에서는 보호자 동반이 원칙입니다.”

“여보…?”


하영도 노트북을 열었다. “나도 지금 보고서 마감이야.”


부부가 서로를 봤다. NB-A가 있는데도 아이를 맡길 수 없는 상황.


“완전 케어 모드로 전환할까?” 진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NB-F랑 뭐가 달라?”

“하지만…”


그때 수아가 방에서 나왔다. “나 무서운 꿈 꿨어.”


하영이 안으려 다가가자 수아가 NB-A에게 갔다.

“나 안아줘.”


NB-A가 부모를 보며 허가를 기다렸다. 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따뜻한 실리콘 팔이 수아를 감쌌다.


“괜찮습니다. 안전합니다.”


수아가 금세 진정됐다. 하영의 눈가가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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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하영은 침대에 누워 많은 생각을 했다. NB-A를 선택한 건 우리가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였다. 로봇은 도구일 뿐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우리는 일하느라 바쁘고, NB는 항상 수아 곁에 있다. 보조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상 주 양육자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허락해야 한다는 형식만 남았을 뿐.


수아가 나보다 NB를 더 편해하는 걸 볼 때마다… 내가 엄마인가 싶다. 내일은 회의를 취소하고 수아와 놀아야지. 아니, 또 중요한 회의가 있던가? NB-A가 있으니 미룰 수 있다는 생각… 이것이 함정인가?


창밖에서 다른 집 NB-F의 충전 불빛이 보였다. 그 집은 아예 포기한 것일까, 아니면 더 솔직한 것일까.


답은 없었다. 다만 내일 아침, 수아가 누구에게 먼저 인사를 할지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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