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로봇 NB-G 프로토타입 (1)

100-60

by 매그넘

로보코어 연구소에서 한 수석 연구원이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었다. NB-G 업데이트를 위한 코드가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


```

def distinguish_lie_from_imagination(utterance, context):

# 3년간 이 함수를 수정했다

# 과연 우리가 정의할 수 있는 영역인가?

```


옆자리 후배 연구원이 커피를 내려놓았다.


“또 막혔습니까?”

“응. 이 케이스 봐봐.”


> 6세 아동: “아빠가 날 안 사랑해”

> 상황: 아빠가 야근으로 약속 취소

> 판정: ???


“거짓말이야, 상상이야, 감정 표현이야?”

후배가 한숨 쉬었다. “아이는 진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럼 NB가 뭐라고 해야 해? ‘네 감정은 타당합니다’? ‘아빠는 사랑합니다’? ‘데이터를 확인하겠습니다’?”


개발팀장이 다가왔다. “아직도 작업 중인가?”

“94.7% 정확도라고 발표했잖습니까. 나머지 5.3%가 문제입니다.”

팀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 5.3%가 진짜 인간적인 부분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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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개발 미팅이 열렸다. 관리 기획팀에서 고객 피드백을 공유했다.


“NB가 너무 기계적이다 - 45%”

“NB가 너무 느슨하다 - 38%”

“기준이 일관되지 않는다 - 17%”


“도대체 뭘 원하는 거죠?”

“모르겠습니다. 정반대 요구가 동시에 들어옵니다.”


한 개발자가 말했다. “근본적 질문입니다. 우리가 아이의 거짓말을 판단할 권리가 있습니까?”

“시장이 요구합니다.”

“아니, 철학적으로요. 부모도 못하는 걸 우리가 코드로?”


개발 팀장이 차갑게 답했다. “우리는 철학자가 아닙니다. 엔지니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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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 연구원의 작업 공간.


새로운 알고리즘을 설계하던 중, 한 가지 깨달음이 왔다.


“우리가 틀렸어.”

“뭐가요?” 후배가 물었다.


“거짓과 상상을 구분하려 했잖아. 그런데 어른들도 구분 못해.”

후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죠.”

“아이들한테만 순수한 진실을 요구하는 건 무리지.”


수석 연구원이 코드를 지우기 시작했다.


“뭐 하시는 겁니까?”

“다시 짠다. 구분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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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후, 프로토타입 테스트.

테스트 아동이 말했다. “나 이거 안 먹어. 맛없어.”


새 NB-G가 반응했다. “맛없다고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영양은 필요해요.”


“어? 거짓이라고 안 해?”

“느낌은 거짓이 아니에요.”


관찰 중이던 부모가 놀랐다. “전보다 자연스러운데?”


수석 연구원이 설명했다. “판단하지 않고 수용합니다. 단, 필요한 가이드는 제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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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연구소 휴게실.

후배 연구원이 물었다. “이 코드, 위에서 승인할까요?”


“모르겠어. 두고 봐야지.”

“선배님은 왜 이 일을 하세요?”


수석 연구원이 창밖을 보았다. “처음엔 기술이 좋아서였는데 이제는… 저 코드가 만날 아이들 때문이야.”

“로봇이 아이를 키우는 게 맞을까요?”

“이미 시작됐잖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조금이라도 더 인간적으로 만드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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