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티룸의 기물들은 작가님들이 제작해 주신 도자기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종종 이가 나가거나 깨지곤 한다. 시간을 돌리고 싶은 찰나의 번뇌를 지나서, 차곡차곡 깨진도자기 보관소에 잘 모셔둔다. 언젠가는 킨츠기 (도자기 수리 공예) 를 배워서 고치겠다는 생각으로.
어느 여름, 상명요 작가님의 작업실에 찾아갔다. 흙 덩이를 물레에 붙여서 컵 모양을 만들고, 잠시 말렸다가 굽을 깎고, 다듬고, 초벌을 구워내고,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하고, 유약을 묻혀서 다시 굽는 그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왔다. 촬영일 이후부터, 상명요 작가님의 잔을 사용할 때마다 그림의 요소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호랑이의 무늬부터, 까치의 부리, 소나무의 질감에도 작가님의 손길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프린트가 아니고, 손으로 하나하나 그려낸 그림. 그런 기물이 깨졌는데 어떻게 버릴 수가 있을까.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비하는 내가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정을 알면 사랑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킨츠기를 배우기로 다짐했다. 이가 나간 기물도 이제는 버릴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지난겨울, 벼르고 있던 킨츠기를 드디어 배웠다. 선생님과 함께 도자기를 수리하면서 이제는 깨진 기물을 수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뻔뻔한 자신감도 생겼다. 선생님이 하나하나 손봐주셔서 수월하게 수리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배움이 쓰임이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사각사각 옻칠을 긁는 소리가 퇴근한 나의 저녁을 가득 채운다. 깨진 도자기 단면을 촘촘히 들여다보고, 슥슥 옻과 밀가루를 섞는다. 도자기를 붙일 때에는 ‘수리수리 마수리’ 같은 말도 안 되는 주문도 조금 떠올렸다. 작가님이 만들어주신 도자기에 이제는 나의 마음까지 더해진다. 언젠가 누가 그랬다. 소중해서 아끼는게 아니라, 아껴서 소중해지는 거라고.
동아시아의 좋은 차
Magpie&Tiger
‘차와 닮은 삶’은 일상 속에서 우리가 발견하고 느꼈던 차와 닮은 순간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글, 이미지, 영상, 사진 무엇이든 좋아요. 이것도 차와 닮은 삶이지 않을까? 라는 작은 이야기를 던져보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