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2023.10. 03 / Editor 버들 (@beoddle)
여행을 많이 다니다보면, 특정 국가나 도시의 인상으로 남게 되는 결정적인 장면들이 생긴다. 이탈리아의 곳곳을 여행할 때 유난히 자주 눈에 들어왔던 광경은 삼삼오오 모여 다니는 동성 친구들의 무리였다. 젊은 사람들이야 친구들끼리 무리지어 다니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런데 나이가 지긋하거나 머리가 하얗게 센 친구들이 서로를 부축하며 잘 오고 있는지 돌아보며 동네를 산책한다거나 양지바른 곳에서 도란도란 시간을 보내는 광경은 내가 사는 도시에서는 자주 만날 수 있는 광경이 아니었다.
그렇다. 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친구들일지 모른다. 목표와 목적을 숙지하고 효율적으로 살아야만 뒤처지지 않는다고들 하는 세상에서 지치고 상처받았을 때. 물론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공경하거나 또는 돌보아야만 하는 관계의 책임과 의무가 문득 조금 버거울 때. 그렇게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쉴 곳을 찾아 친구들은 한 곳으로 모여든다.
각자가 메고 온 짐을 내려놓고 영양가랄 것도 없는 수다스러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뿐이다. 그런데 그러고 있노라면 어느새, 색바랜 종이처럼 바스락거릴 것만 같은 몰골을 하고 온 이도, 잔뜩 풀죽어 온 이도, 예민함으로 갑옷을 둘러 신경을 온통 날카롭게 곤두세우고 온 이도, 곧 서로가 오랫동안 알아 왔던, 지켜봐 왔던, 좋아해 왔던, 응원해 왔던 바로 그 사람으로 돌아온다.
자기 자신으로 있는 사람은, 반짝반짝 빛난다. 그렇게 다시 반짝반짝 빛나는 친구들을 보는 행복은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물샘이 간질간질해지는 행복이다. 헤어질 때가 되어 아쉬워하며 돌아가는 길에는 처음에 둘러메고 왔던 짐가방이 한결 가볍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이 잠깐일뿐이라고 할지라도, 또다시 가면을 써야 하고 그 아래 두 눈동자가 매일같은 동공지진에 다시 흐릿해진다고 할지라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에게는 돌아올 이 곳이 있으므로.
동아시아의 좋은 차
Magpie&Tiger
‘차와 닮은 삶’은 일상 속에서 우리가 발견하고 느꼈던 차와 닮은 순간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글, 이미지, 영상, 사진 무엇이든 좋아요. 이것도 차와 닮은 삶이지 않을까? 라는 작은 이야기를 던져보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