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태국
일어나자마자 숙소 근처에 있는 프리버드 카페로 향한다. 미얀마 난민을 돕는 비건 카페다. 길을 걷다 우연히 이곳에 들렀던 날, 재활용이 가능한 빨대를 구입했는데 그 날 바로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쉬운 마음에 그 빨대를 다시 사려고 새벽부터 찾은 카페는 평화로웠다. 오믈렛과 커피를 하나씩 시키고 한참 동안 바깥을 바라보고 앉아있었다. 며칠 전, 못 갔던 도이수텝에 다시 갈까, 그러고는 동네 한 바퀴 산책하며 사진을 찍어야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고요함을 뚫고 머릿속을 배회한다. 나는 카페에서 나와 도이수텝으로 향하는 썽테우를 탔다.
오전에는 도이수텝으로 가는 여행객들이 많아 비교적 수월하게 썽태우를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탄 썽태우 안에는 커플 네 쌍에 나만 혼자. 도이수텝으로 올라가려면 꼬불꼬불한 산길을 거슬러 올라야만 한다. 치앙마이 대학과 치앙마이 동물원을 지나 한참을 올라가면 이십 여분쯤 뒤 도이수텝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이미 관광객을 싣고 온 썽태우가 수십 대 주차되어 있었다. 기사는 한 시간 반 있다가 이 곳에서 보자고 말하며 우리를 떠나보낸다. 행여 내가 타고 온 썽태우를 잃어버릴까 사진을 찍어뒀다.
입구에서 50밧을 지불하면 입장료와 케이블카 티켓을 살 수 있다. 천천히 풍경을 보며 걷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괜히 힘을 빼고 싶지 않아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내려올 때 걸어 내려와야지. 바깥이 보이지 않는 케이블카를 타고 도이수텝에 오르는 동안 기대감이 커진다. 하지만 막상 오른 정상은 날이 흐려 온통 뿌옇다. 치앙마이 시내가 하나도 보이지 않아 실망스러웠지만 그것 나름의 묘한 느낌이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내려갈 때쯤 되니 슬슬 구름이 걷히고 아름다운 치앙마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1677m 높이에서 본 치앙마이는 그 속에서 본 치앙마이처럼 여전히 아름다웠다.
Camera : Fuji X-pro2
Lens : XF 16mm F1.4, XF 35mm F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