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그녀

by 릴리코이

나는 성격이 급해

느린 그녀가 언제나 답답했다


나는 밥도 빨리 먹어

밥 한술 오물오물 한참을 씹는

그녀 입술을 보며 속이 터졌다


나는 걸음이 빨라

코끝이 시린 날

내 걸음의 반의반도 못 미치는 보폭으로

몇 분 못가 잠깐 쉬자는 그녀가 가끔은 미웠다


"오면서 숟가락 하나만 갖다 줘!"

고개를 돌리고, 나를 바라보고, 방향을 바꾸어,

사근사근 걸어가는 그녀를 보며

앉아서 그 모습에 한숨 푹 쉬고

휙! 일어나 휙! 낚아채는 것이 더 빠르더라


느린 그녀가 그립다

효도폰 커다란 자판 꾹- 꾹-

내 번호를 정성스레 누르던

그 통통한 손가락이 그리웁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할매의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