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귀를 기울이면(1995)>

하지만 남달리 사는 건 쉽지 않을 거야

by 릴리코이

어릴 적 나와 놀랍도록 참 닮은 시즈쿠

귀여운 바이올린 조각가 아마사와의 꿈이야기에

뭐에 홀린 듯 글 쓰는 일에 빠져 몰두하곤 그 글을 완성시킨 그날 무너져 엉엉 울음을 터트린다.


원하는 걸 하게 하자
다들 똑같이 살진 않잖아
좋아, 시즈쿠
네가 믿는 대로 살아보렴
하지만 남달리 사는 건 쉽지 않을 거야
누구 탓도 할 수 없거든


나 또한 남들과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아 예술을 택했다.

하지만 난 과연 시즈쿠처럼 내 일에 미친 듯이 열중해본 적 있었나

그런 나를 마주하고 감격감에 혹은 열정에 못 미치는 내실력으로 엉엉 울어본 적이 있었나

덤덤한 척 씁쓸한 마음을 감추기 바쁘다.


타의든 자의든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

삶의 원동력이 필요한 시점.

무언가 열중하고 미치도록 좋아서 안 하고는 못 배기는 거 그게 인생을 참 재미있게 만드는 것 같다.

재미있는 인생을 난 살고 있나.

한번 살고 가는 소중한 지금,

나는 열심히 살아 움직이고 있나.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마을, 공기의 색감과 온도까지 부담스럽지 않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영화

두 시간 동안 시즈쿠의 몇 달을 찬찬히 함께 사는 듯한

애니메이션이지만 드라마 같은 영화

어린 나와 닮은 시즈쿠를 보며 조금 늦었지만 괜찮다고

다시 한번 힘차게 살아보자고 다짐하는 영화


시즈쿠의 노랫소리에, 옛 생각에,

잠에 쉽게 들지 못할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