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더 나은 내 ‘일’을 위한 우아한형제들의 일문화이야기
우아한형제들 지음
나는 작년 날이 참 좋던, 회사를 다니기 참 좋던 계절에 퇴사를 했다. 회사의 조직문화가 나와 맞지 않음을, 내가 속한 팀장과의 대화에서 여러 차례 체감하고, 실질적으로 금전이 가장 필요한 때에 내 발로 회사를 나오고야 말았다.
회사를 다니며 좋았던 점 중에 나는 대표이사님이 참 좋았다. 내가 어릴 때부터 상상했던 권위적이고, 날카롭고, 똑똑하지만 똑똑한 티를 사무실 온갖 구석에 펼치고 본인의 똑똑함을 칭송해야만 하는 사람, 그런 인물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일했던 회사의 대표는 (내가 보기에)소박하고, 다정한 말씨로 구성원들의 안부를 묻던 소위 동네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내가 속한 팀장의 효율이 없는 보이기 식의 업무방식과 안절부절못한 태도, 구성원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리는 그 업무의 성질은 도무지 내가 판단한 대표이사의 업무지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도 “이게 정말 대표이사님이 원하셨던 자료라고?” 하며 일은 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나 자신이 초라해지는 그런 효율성이 없는 일을 하다 퇴사를 결정했었다. 생각해보면, 대표도 그렇고 그런 대표이사였겠지, 팀장은 그 대표의 발자국을 따라가는거니까.
나에게 ‘일’이란 그 일을 하면서 ‘내가 어떠한 존재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구나’의 의미를 담고서 자기 효능감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당연히 다양한 역할을 하며 때로는 내가 대학교까지 나와서 이런 일까지 해야 하는구나 싶은 일을 어떠한 순간에는 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그런 순간이 오면 남들에 비해 참을 수 없는 치욕감에 비참함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그럴 때마다 그 직무에 있어 회의감을 느꼈고, 도망가고 싶거나 실제로 도망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도망친 그 회사에서의 크고 작은 일화들이 파노라마처럼 흩어져 비교를 하면서 읽게 되더라. 윽 하며 두 눈을 질끈 감는 순간도, 그래 우리 회사도 이랬지 하는 순간도 스쳐갔다.
배달의 민족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만들기까지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KPI 가 아니라 조직문화라는 것처럼 이 책에서는 그들이 자식처럼 소중하게 가꿔온 조직문화를 자세하게 나눠준다. 우아한 형제들을 이끄는 분들의 인터뷰 형식으로 실제 내가 그 인터뷰 장소에 나와 인턴기자로 받아 적으며 듣는듯한 느낌.
기억나는 하나_싫어하는 사람과 일하는 방법
나는 회사에서 (내가 생각하기에)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꼭 한 명쯤은 있었다. 그런 인간들 때문에 눈치 보느라 바쁘고 집에 와서도 별 볼 일 없는 그 사람 하나로 인해 하루를 망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그런 불쌍한 존재들을 위해 여러 팁들을 제시한다. 하여, 미래의 나에게 남겨두는 방법은 의도 짐작하기 멈추기.
한번 저 사람, 날 싫어하는구나 이상한 사람이구나 생각하면 그 인식은 웬만큼 큰 계기가 아니면 바꾸기 어렵다.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그 계기를 적극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왜? 싫어하는 마음, 분노는 그 사람보다 나신을 괴롭게 하니까.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든 말든 그 의도를 짐작하지 말자. 그리고 바보처럼 아예 반대로 가정해보고 그 가정한 대로 그 사람을 대하고 행동해 보자.
나는 미래에 이 방법을 적어도 2달은 지속해보기로 한다. 1달은 너무 짧고, 3달은 너무 기니까.
기억나는 둘_작은 회사가 마케팅을 할 때
비용이 없는 작은 회사라도 마케팅을 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은 이미 그 브랜드를 아는 사람이 수천만 명이지만, 작은 회사는 정확한 타깃을 정해 "와, 이건 나를 위해 나온 거구나!" 하고 반드시 반겨줄 사람을 만들면 된다. 우리 브랜드의 열정적인 팬을 만들 수 있다면 성공한 마케팅이다.
기억나는 셋_오롯이 나의 것을 만들기 위한 영감과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을까?
쉽게 얻을 수 있는 트렌드로부터 오는 영감은 일단 거절, 누구나 훔치는 영감일 테니까.
리서치나 시장조사, 유명한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나만의 관점으로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마주하는 행복을 자주 느껴야 그 영감을 얻을 수 있다.
기억나는 넷_내 사람을 만들고 싶다면
배달의 민족 피플실에서는 어떤 선물을 할까 뿐만 아닌 어떻게 전달할까를 고민한다. 나중에 "그때 정말 감동이었어" 할 그 결정적인 순간을 위한 고민.
그저 슴슴하고 조금은 어색하게 선물을 전하는 게 아닌, 평생 잊지 못할 한 장면, 결정적인 순간을 만드는 일이 내 사람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회사에 열심히 다니고 있는 현직자가 출퇴근길에 들고 다니며 읽으면 좋을 가볍고도, 부러운 책이다. 배달의 민족과 같은 구성원들을 진심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기업이, 그리고 그 기업문화가 대한민국에 퍼지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