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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용 May 05. 2020

초졸, 60대 엄마의 시니어 취업기-1

4년의 취준 생활이 60대 엄마 취직시키기

나의 어머니는 공기업 청소 미화원이다. 이제 막 입사 세 달을 갓 넘긴 신입사원.

어머니는 작년 11월 말부터 급하게 공공기관 미화직(청소)에 취직을 준비했다. 그 전에는 2년 조금 넘게 병원 산부인과에서 청소원으로 근무했는데 병원이 병실 축소와 함께 직원도 줄여 새로운 직장을 준비했다.

 

“청소미화원 취직이 뭐 어렵다고?”


청소 미화원 취직이 뭐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나도 그랬으니까. 주변 아파트, 상가 등 환경 미화 경비도 많은 40~60대 분들이 지원해 취직이 어렵. 공공기관 또는 공기관 자회사는 더 어렵고 복잡하다.


첫째,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경쟁이 높아졌다. 용역업체 파견, 아웃소싱 근무자들은 파리 목숨 같은 환경이다. 그러나 공공기관, 공기업 청소 근무자는 다르다.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채용만 되면 근로자들은 급작스런 사직 권고나 계약 종료 등의 불안감에서 해방된다. 또한 정규직으로 관계사와 비슷한 수준의 다양한 복리후생 혜택도 적용된다. 불안감과 안정성, 용역업체에 없는 복리후생이라는 장점은 매우 매력적이다.

둘째, 정부 정규직 전환 정책과 공정 채용 정책으로 입사 절차가 공정하면서도 많이 까다로워졌다. 과거에는 용역업체에서 채용을 진행해 지인이나 근무자 소개로 많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현재는 기관에서 직접 채용하며 투명화, 구조화 및 체계화되어 자기소개서부터 요구한다. 자기소개서는 지원동기, 입사 후 포부, 장점 등등을 각각 500~800자로 작성해야 한다. 면접은 블라인드로 진행되는 곳이 많다. 그리고 면접관들은 지원동기나 업무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에 대한 대처방안을 물어본다. 각 절차와 요구 사항에 맞게 지원자들은 많은 준비가 많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4년의 취업 실패 경험이 이때 쓰이는구나"


나는 취업 실패자였다. 2014~2017년 4년간 매년 상하반기 모두 취업 시장에 매번 뛰어들었다. 유명 대기업의 원하는 직무만 얻으면 행복할 것이라 믿었고, 숱한 좌절과 합격 기쁨을 경험했다. 중견기업에 취직해 1년간 근무했지만 취업시즌만 되면 고민이 들었다. 직무와 급여 수준, 회사 비전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1년 만에 결국, 퇴사를 선택해 절박한 마음으로 2017년 어디든 가자는 마음으로 많은 자기소개서, 인적성, 면접 등을 준비했다. 결국 나는 지금의 직장에 합격했다. 4년 전쟁 끝에 남은 것은 300편에 가까운 자기소개서, 남들보다 많은 인적성과 면접 경험이었다. 나의 20대를 장식한 실패 경험이 빛을 발휘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아들, 컴퓨터로 서류 작성해야 한대..."


한창 바쁘게 일하고 있는 평일 오후 어머니의 전화가 울렸다. 다급한 목소리로 어머니는 "컴퓨터로 공공기관 들어가면 채용공고랑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더라, 어떻게 해야 해 아들?" 숨도 거의 안 쉬고 말하는 어머니가 당황스럽고 안타까웠다.

컴퓨터는 만 저본 적도 없고,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도 겨우 하실 줄 아는 어머니였기에 잠깐 짬을 내 나는 검색을 시작했다. 홈페이지 채용시스템에서 채용 안내와 자기소개서 항목들을 확인하고 바로 전화했다. "엄마, 공고 있네. 근데 자기소개서랑 면접해야 한다는 데 자신 있어 엄마?"

나는 퇴근하자마자 어머니에게 자기소개서에 무엇을 쓸지 물었다. "어디 어디 사는 누구입니다로 해야 하나?" 평생 자영업만 30년 하신 아버지와 어머니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지만 답은 결국 진짜 자기소개였다. 집안의 생계 또는 부모님의 은퇴 후 삶을 위해 부모님은 전전긍긍한 것 같았다.


마땅한 일자리가 끊겨 기가 죽어있는 엄마의 취업을 본격적으로 돕고자 취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가 시니어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엄마의 취업을 지원하며, 액티브 시니어는 내 문제가 되어 있었다. 숱한 많은 고령화 관련 뉴스 기사의 사회 문제가 나와 부모님의 이야기였다. 모델 김칠두, 유튜버 박막례처럼 멋지고 화려한 성공도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의 이면에는 어렵고 차가운 현실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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