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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Feb 07. 2023

23년 2월 6일

28개월 30일

어제는 하루를 3일처럼 썼다. 집 안의 모든 옷장 정리를 마쳤다. 옷은 이사업체에 맡기는 것보다 내가 미리 정리해서 싸두는 게 훨씬 낫다. 새집 구성에 맞게 분류해서 따로따로 정리하고 이 집에서 한 번도 손대지 않은 옷은 가차 없이 버리기로 했다. 그렇게 정리한 옷은 수거업체에 미리 수거 요청 해두었다.


이 집에서의 마지막 분리수거 날이니 만큼 가능한 한 모든 재활용품을 내놓으려고 애썼다. 우주 책장의 시기 지난 책들도 드디어 정리했다. 우주 장난감은 최애만 빼고 모두 박스에 미리 쌌다. 이사 가면 바로 풀지 않고 한 달 동안 지켜볼 예정이다. 딱히 찾지 않으면 그때 처분하기로 했다. 손도 대지 않는 장난감은 미리 당근이라도 하려고 우주에게 물었더니 가지고 논다고 난리였다. 기억에서 잊힌 것만 보내줘야겠다.


바쁜 와중에 세끼 식사도 어찌어찌해 먹고 틈틈이 청소기도 돌리고 빨래도 모두 처리했다. 옷 정리 하느라고 정신없었던 우주 방도 다시 깨끗하게 치우고 우주 침대보도 세탁해 둔 것으로 바꿔줬다. 낮잠은 오래간만에 자기 방에서 잤는데 밤잠은 다시 우리 방에 왔다. 오늘도 우리 침대에서 자고 있다.


오늘은 서재 정리를 마쳤다.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전자기기를 박스에 넣고 버릴 것을 빼고 책상은 중고매입 견적을 받으려고 대기 걸어두었다. 우리가 자꾸 정신없게 구니까 우주도 뭔가 안정이 안되는지 흥분된 밤을 보냈다. 졸릴 텐데 참고 참아 열두 시가 다 되어 잠들었다. 덕분에 설거지도 정리도 너무 뒤로 밀렸다. 늦은 밤까지 사부작 대려니 배가 고파서 만장일치로 떡볶이를 시켜 먹었다.


우주는 오늘 종일 심심해했다. 어린이집 입소 신청을 시작으로 커튼과 헌 옷 수거, 폐기물 처리 등등 알아볼 것이 많아 내가 자꾸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통에 우주는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좀 놀아볼라 치면 요리하러 가고. 잠들기 전에 오늘 너무 심심했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내일은 어디라도 데리고 가야겠다. 놀이터에만 나가도 좋아할 텐데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바깥은 위험하다.


우주가 더 자주 어린이와 놀고 싶다는 말을 한다. 어린이집 입소가 안 되면 알아보느라 진 빼지 않고 그냥 1년 더 데리고 있으려고 했는데. 우주의 말이 정말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또래와 놀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거라면 얼른 같이 놀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일단 새 아파트에 생기는 어린이집은 대기 순번이 처참하다. 입소대기 어플에서 지도를 켜고 다른 어린이집을 하나씩 눌러보며 희망이 있어 보이는 곳에 대기 신청 해두었다. 내일 전화해 봐야지.


이제 정리는 주방만 남았다. 내일모레 엄마가 집에 오면 그때 해야지. 나머지는 할 수 있는 데까진 다 했다. 서방구는 내일부터 출장이다. 따흑. 하필 이사 직전에 출장이 뭐람. 아무튼. 떡볶이가 거의 소화 됐다. 이제 누워도 되겠다. 일단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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