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살림 이야기 3
요즘 내 뇌에 꽂힌 주제는 '몰입'이다. 대학교 교양으로 들었던 '미학 개론' 강의 때 교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가상의 세계에 푹 빠져야 진정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고. 가령 지금 수업을 들으면서도 '언제 끝나지?', '끝나고 뭐하지?'와 같은 생각에 빠져있으면 수업의 진짜 즐거움을 느낄 수 없는 것과 같다고. 그 말씀에 무릎을 탁 쳤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희극인들이 극에 완전히 빠져있을 때, 배우들이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와 완전히 일치할 때, 예능에서 짧은 상황극 속에 출연진이 푹 빠져있을 때, 보는 우리는 그것에서 진짜 즐거움을 함께 느낀다.
몰입을 주제로 세운 가설은 이렇다. 살림도 그렇게 할 수는 없을까? 완전히 몰입한 상태로 이 세계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는 없을까?
앞서 이야기한 교수님 말씀에 의하면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는 딴생각이다. 세계를 벗어난 딴생각. 살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도 역시 딴생각이다. '이걸 또 내가 하고 있잖아?' 내지는 '아... 귀찮다. 이따 할까.'와 같은. 짧고 짧은 일들로 연속성 없이 줄줄이 이어지는 집안일은 사실 몰입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몰입 버튼이 필요하다. 요리에서 설거지로 설거지에서 빨래로 빨래에서 청소로 청소에서 다시 요리로 설거지로 정리로 눈을 뜨고 있다면 무한히 이루어지는 살림 사이사이에 새로운 일이 시작될 때마다 몰입 버튼을 설치할 수 있다면 살림 세계에도 푹 빠질 수 있지 않을까?
여름휴가와 추석 그리고 계속되는 친정 방문과 백신 접종을 핑계로 두 달간 쉬었던 홈키파 프로젝트를 다시 가동하며, 살림의 세계에 들어가 몰입 버튼을 하나씩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