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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이오 Aug 02. 2018

#5. 지장샘

마르지 않는 지혜로운 물의 기운

지장샘 이야기 명혈-물통


물의 신이 여전히 지켜줘서일까. 아무리 심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늘 일정한 양이 솟는 신기한 샘이다.


호종단이 단혈에 실패한 지장샘


서귀포 서홍 사거리에서 북쪽으로 난 길을 따라 골목으로 가다 보면 길 한 편에 있는 지장샘을 만날 수 있다. 편편한 돌들로 정비되어있고 지장샘이 솟아나는 곳에는 기와지붕이 얹어져 있다. 지장샘 안에서는 여전히 맑은 물을 자랑하듯 이름 모를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곳에 얽힌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롭다. 

중국 풍수사 호종단이 지리서를 들고 다니며 탐라의 맥을 끊으러 다닐 때의 일이다. 그가 홍로(서귀포시 서홍동)에 이르러 지리서에 적힌 대로 물 기운이 빼어난 지맥을 찾으려고 그 주위를 수없이 오가며 돌아다니고 있을 즈음이었다. 

한 농부가 밭을 갈고 있었는데 백발노인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달려와 말했다. 

“저곳에 있는 물 한 그릇만 떠다가 소길마(소의 짐바구니)아래 놓아주시오. 개가 와서 물 냄새를 맡으면 쫓아버리고 누가 와서 뭘 물어봐도 절대로 모른다고 해주시오.” 

그리고 노인은 이내 사라져 버렸다. 농부는 갸우뚱하면서도 노인의 다급한 부탁에 자신의 점심 그릇인 행기(놋그릇)에 샘물을 가득 담아 부탁받은 대로 해놓았다. 그러자 콸콸 솟아나던 마을의 샘물이 바짝 말라버리고 흔적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잠시 후 개 한 마리가 샘이 있던 곳으로 와서 냄새를 맡아보다가 행기를 감춰둔 소길마 쪽으로 와서 킁킁거렸다. 농부는 몽둥이를 휘둘러 개를 쫓아버렸다. 이윽고 호종단이 두리번거리며 나타나 농부에게 ‘꼬부랑 나무 아래 행기물’이 어디냐고 묻자 농부는 처음 듣는 지명이라고 했다. 사실대로 말해주면 부자가 되게 해주겠다고 유혹하여 농부는 고민했으나 노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모른다고 했다. 호종단은 지리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여 찢어버리고 돌아갔다. 

노인이 다시 나타나 “나는 이 샘을 지키는 물의 신인데, 중국에서 온 호종단이 물혈을 끊어 버리려고 했던 것이라네.”라며 고마워했다. 농부는 궁금했던 ‘꼬부랑 나무 아래 행기물’ 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노인은 소길마가 꼬부라진 나무로 만들어졌으니 꼬부랑 나무이고, 행기 속에 담아 놓은 샘물이니 행기물이라며, 소길마 아래에 감추어 놓았던 행기를 꺼내서 말라버린 샘에 물을 쏟아부으라고 했다. 농부가 노인이 일러준 대로 했더니 말랐던 샘에 다시 물이 가득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이렇듯 지혜롭게 감춘 샘물이라 해서, 지장샘 또는 지장천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의 물은 아직도 차고 맑다. 물의 신이 여전히 지켜줘서일까. 아무리 심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늘 일정한 양이 솟는다고 하니 신기하기만 하다. 지장샘과 눈을 맞추며 지혜로운 물의 기운을 받아가 보자. 

- 정방폭포

- 외돌개

- 쇠소깍


- 주택가 가운데에 있으므로 너무 소란스럽지 않도록 한다.


난이도 : ★☆☆☆☆

코스길이 : 50m

소요시간 : 15분

서홍 사거리 ⇒ 굴전동 ⇒ 지장샘길 ⇒ 지장샘

승용차 이용 시

5.16 도로(서귀포 방면) → 토평사거리 중산간동로 (시청(중문) 방면 우측 도로 2.4km) → 중산간동로 (우회전 후 241m) → 지장샘로 (좌회전 후 240m)


버스 및 도보 이용 시

제주시외버스터미널 → 5.16(제주. 성판악. 서귀) 승차 →공업단지 정류장 하차 → 8번 버스(외돌개. 비석거리) 승차 → 삼천교


입장료 : 무료

입장 시간 : 연중개방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서홍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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