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헤다
요즘 나는 귀가 아주 바쁘다.
나뭇잎 소리, 바람 소리, 놀이터에서 들리는 소리, 창문 너머 새소리.
그중에서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게 있다.
바로 엄마와 맘마의 목소리.
내 귀에 가장 자주, 가장 가깝게 들리는 소리다.
우유를 먹을 때도, 안겨 있을 때도, 멀리서 부를 때도,
엄마와 맘마는 "헤다야"라고 여러 번 말한다.
고개는 못 돌리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맘마는 그런 나를 보고 "자기 이름을 알아듣나 봐!" 한다.
엄마도 웃는다.
그 웃음을 보고 나도 따라서
한 번 더 웃어본다.
터미타임
하루에 몇 번씩 배를 깔고 엎드려 있다.
엄마와 맘마는 이걸 ‘터미타임’이라고 부른다.
목을 들고, 팔에 힘도 주고, 나중엔 기어 다닐 수 있게 도와준다는 연습이다.
근데, 솔직히 많이 힘들다.
고개를 들려고 하니
내 머리는 너무 무겁고,
손도 어디에 둬야 할지 잘 모르겠고.
아무리 해도 결국엔 툭- 고개가 바닥에 떨어진다.
그러면 엄마가 가까이 와서 얼굴을 보여준다.
맘마도 옆에서 박수를 친다.
"잘했어, 헤다!"
"힘센 우리 아기, 이렇게나 오래 했어!"
헷갈린다.
이게 잘한 건가?
아무튼, 내가 이 연습을 계속하면
다음엔 기고, 그다음엔 걷고,
어느 날엔 뛰게 된다나?
아직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고개 들다가 툭 떨구고
짜증이 나서 결국엔 울음으로 끝나는 시간이니까.
초점책
나는 매일 독서를 한다.
엄마가 내 앞에 펼쳐주는 '초점책'.
그 안에는 동그라미, 세모, 네모 같은 도형들이 까만색과 흰색으로 그려져 있다.
그 모양들이 눈에 쏙 들어온다.
동그라미를 한참 바라보다가
눈을 깜빡이고 다시 보면
세모가 날 보고 있다.
초점책을 한동안 보고 나면
똑똑해지는 기분이다.
나의 나무
크리스티나.
엄마랑 맘마는 그분을 나의 대모님이라 부른다.
그날은 크리스티나와 첫 만남이었다.
크리스티나는 선물로 화분 하나를 안고 집에 왔다.
아주 어린 커런트 베리 나무였다.
작고 여리지만 뿌리를 깊이 내릴 준비가 된 나무.
"이건 헤다에게 주는 선물이야. 내년이면 헤다가 베리도 따먹을 수 있을 거야."
크리스티나가 말했다.
그리고 세 사람은 나와 그 나무를 번갈아 보며 웃었다.
나는 아직 한참 자라야 하고,
나무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우리는 같이 커가는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언젠가 나는 나무에게 물을 주고, 나무는 나에게 작은 그늘과 열매를 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