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5. 출생신고

by 로베
슈퍼스타


오늘 엄마가 모임에 참석했다.

'성소수자 모임'이라고 한다.

나는 아기띠에 안겨서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졸고 있었다.


모임이 끝날 무렵 엄마가 말했다.

"스웨덴에서 우리는 그냥 가족이에요. 그리고 저는 얼마 전 딸을 낳았어요.

한국에선 여자끼리 결혼조차 할 수 없지만요."


그리고는 카메라를 켜고 나를 들어 올렸다.

화면 속에는 여러 명의 낯선 사람들이 있었다.

엄마가 나를 보여주자 모두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안녕!" 하고 반겨줬다.


수줍기도 했지만 신이 났다.

그날 나는 모임의 슈퍼스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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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신고


엄마와 맘마가 '출생신고'라는 것을 준비한다.

그런데 어째선지 엄마의 표정이 밝지 않다.


엄마가 맘마에게 말했다.

"스웨덴에서는 너랑 내가 같이 보호자로 등록됐어. 둘 다 헤다의 엄마로.

그런데 한국 대사관에 문의해 보니 그렇게는 안된대.

헤다는 내 딸로 등록이 되겠지만,

그러면 너는 헤다랑 아무 관계가 아니게 돼.”


맘마는 한숨을 쉬며 "할 수 없지."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를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누가 뭐래도 헤다 너는 우리 둘의 딸이야."


나는 맘마를 보고 활짝 웃었다.


나는 알고 있다.

나를 매일 안아주고, 우유를 주고, 노래 불러주고, 목욕시켜주는

맘마와 엄마, 둘 다 내 가족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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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없는 하루


오늘은 조금 다른 하루였다.

엄마가 처음으로 혼자 외출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맘마와 단둘이 집에 있게 되었다.


맘마는 자신만만했다.

나를 꼭 끌어안아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노래도 불러주었다.


나는 신이 났다.

더 안아달라고, 더 놀아달라고, 그나저나 졸렵고 배도 고프다고 소리를 질렀다.


시간이 흐르자 맘마가 점점 지쳐 보였다.

잠깐 눈을 감았다가 깨 보니

맘마는 나를 안고 침대에 기대어 졸고 있었다.


몇 시간 뒤 엄마가 돌아왔다.

맘마는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 하고 나를 엄마에게 건네주고는

침대에 쓰러져버렸다.


왜지? 나는 아직 오늘 하루를 다 쓰지도 않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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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처음으로 숲에 간 날이다.


오늘도 유모차를 탔다.

엄마와 맘마가 임신했을 때 매일 걸었다던 그 길을 지나

더 깊이 들어갔다.


바퀴가 자갈 위를 지나는 느낌,

덜컹거리는 진동,

차가운 공기가 코끝에 닿는 감촉,

나뭇잎 사이로 흘러내리는 햇빛.

새들이 노래하듯 지저귀었고,

나뭇잎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는 귓가에서 속삭이는 듯했다.

엄마와 맘마의 발걸음은 바스락바스락, 일정한 리듬을 타고 이어졌다.


숲은 아주 컸지만 무섭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아주 깊고 포근한 잠에 들었다.

꿈속에서도 따스한 햇빛이 눈꺼풀 사이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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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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