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4. 신생아를 졸업했어요

by 로베

모유수유 센터

나는 젖을 먹을 때마다 자꾸 잠이 든다.
따듯하고 포근한 엄마 품이 좋아서 나른해질 뿐인데,
엄마는 내가 제대로 먹고 있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날, 엄마는 맘마와 함께 나를 데리고 버스를 탔다.
목적지는 '모유수유 센터'.

가는 길 버스에서 푹 자서인지

센터에 도착하자 나는 갑자기 눈이 말똥말똥해졌다.
엄마 무릎에 앉아 젖을 물었는데,

그 순간 나는 먹는 일에 아주 진심이었다.
한 방울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수유 전문가가 말했다.
"이 아기는 정말 잘 먹는걸요. 아무 문제없어요."

엄마랑 맘마는 놀란 얼굴로 웃었다.
민망한 듯 보였다.

나는 마음속으로 조금 으쓱했다.
'봐, 나 제법 괜찮지?'




산후 우울증


엄마가 부쩍 기운이 없는 날들이 많았다.
맘마는 엄마가 산후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고 걱정했다.

나와 맘마가 거실에 함께 있는 동안,
엄마는 홀로 방에 들어가 상담사와 대화를 했다.
조용한 목소리를 가진 상담사였다.

엄마 목소리는 낮고 느렸다.
잠깐 아무 소리도 없다가, 이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 작았지만, 나는 그 소리를 들었다.

상담이 끝났을 때
엄마는 나를 조심스럽게 안았다.
그 손길은 한결 부드러웠다.
포개진 팔 안에 나는 편안히 누울 수 있었다.


대모님


엄마와 맘마는 요즘 크리스티나 이야기를 자주 한다.
처음엔 누군지 몰랐는데,
'크리스티나가 너의 대모님이 되어주실 거야'라는 말을 듣고 알게 되었다.

대모님이라니.
두 사람의 표정을 보면 그건 분명 좋은 의미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크리스티나의 정원에 함께 나무를 심을 거라고 했다.
아주 오래 자라는 플럼이라는 나무이고 여름이면 열매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잘은 모르지만, 나를 위한 계획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건 기분이 좋은 일이다.




엄마 친구의 결혼식

그날 아침, 엄마와 맘마는 평소보다 훨씬 오래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옷을 입고, 머리를 만지고, 눈을 반짝였다.

엄마는 친구의 결혼식에 가서 맘마랑 함께 증인이 된다고 했다.

나는 유모차에 타고 함께 공원에 갔다.
많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햇빛이 내 얼굴을 쓰다듬었고,
바람은 귓가를 지나갔다.

나는 맘마에게 안겨서 증인석에 있었다.
하지만 조금 소란스럽고 지루한 시간에 이내 잠들어버렸다.

아무것도 모르고 가만히 잠만 잤는데,
나도 엄마 친구 결혼의 증인이 되어버렸다.



신생아 졸업

오늘로 내가 세상에 온 지 딱 30일.
맘마는 "꼬마 아가씨 헤다를 우리가 한 달이나 키웠네!" 라며
잔뜩 신이 나서 새로 산 하얀 드레스를 꺼내 입혔다.


예쁜 사진도 찍으려 했는데,
나는 그냥 졸리고 덥기만 하고
무엇보다도 모자가 싫었다.

결국 울면서 찍은 나의 신생아 졸업 사진.
엄마와 맘마는 그 얼굴마저 좋다며 웃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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