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
그곳이 어딘지는 아는 게 없다.
하지만 내가 한동안 머물던 그곳은 따뜻하고, 어둡고, 조용한 곳이었다.
규칙적으로 두근거리는 소리,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울렸고
둔탁한 진동이 나를 감싸 안았다.
나는 그 안에서 둥둥 떠 있었다.
나를 완전히 받아들이는 감각.
그곳이 나의 전부였다.
출산
그곳이 점점 비좁게만 느껴지던 어느 날,
무언가 달라졌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심하게 떨리며 사방에서 조여왔다.
머무르고 싶었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혼란스러웠다.
좁아지고, 뒤틀렸고, 무너졌다.
나는 밀려나고 있었고,
분명히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나는 첫 태변을 보았다.
“무서워요...”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한동안 왁자지껄한 소음이 들리더니
갑자기 빛이 들어왔다.
너무 밝았고 너무 차가웠다.
누군가가 내 몸을 들어 올렸고, 나는 꺼내졌다.
두려웠다.
숨이 턱 막혔다.
나는 소리쳤다.
그것이 나의 첫 외침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고
그 중 한 명이 나를 꼭 끌어안았다.
여긴 어디야?
배가 고파요
낯설었다.
두 사람이 날 쳐다보며 번갈아 안아줬지만, 나는 몹시도 배가 고팠다.
하지만 배를 채울 건 충분치 않았다.
눈앞에 젖이 있었다.
빨고, 울고, 또 빨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입속은 텅 비었고, 위장은 허기졌다.
두려움에 계속 울었다.
내가 있었던 그곳에 돌아가고 싶었다.
새로운 집
다른 장소에 왔다.
그곳은 아늑했고,
낮은 소리로 음악이 흘렀으며,
배가 고프면 따듯한 우유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손길은 이곳에서도 여전히 나를 감쌌다.
한 사람은 더 많이 안아주었고,
다른 사람은 더 많이 놀아주었다.
나는 어느덧 그 둘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때로는 안겨 있었고,
때로는 혼자 침대에 누워있었다.
어떨 땐 두 사람 모두가 눈에 안 보여 서운했지만
울면 금세 다시 나를 보러 왔다.
내가 많이 울었던 날
둘은 나의 기저귀를 확인하고
우유를 주고
안아주었다.
그래도 나는 계속 울었다.
두 사람은 지쳐 보였고
그러다가 말없이 내 옆에 앉아 있었다.
어느덧 나는 문득 울음을 멈췄다.
“나 여기 잘 있어요. 괜찮아요.”
엄마와 맘마
나는 먹고 자고 운다.
어떤 날은 조금 덜 먹고도 괜찮고,
어떤 날은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프다.
두 사람은 서로 뭔가 얘기하며 나를 이해하려 애쓴다.
내 발가락 하나에도 신기해하고,
내 표정 하나에도 의미를 찾는다.
이 둘과 있을 때 세상이 덜 무섭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 명은 '엄마'라고 말했고
다른 한 명은 '맘마'라고 말했다.
젖을 주고 가슴을 맞대어 꼭 안아주는 사람이 '엄마'
기저귀를 갈아주고 재밌게 놀아주는 사람이 '맘마'
어느덧 나는 엄마와 맘마의 눈빛과 냄새를 구별하게 되었다.
첫 외출
하늘은 파랬다.
너무 밝아서 눈을 뜨기 어려웠지만
공기가 다르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맘마에게 안겼고 우리 셋은 어딘가로 향했다.
나는 들었다 - 자갈을 밟는 소리, 새소리, 바람이 잎을 흔드는 소리.
낯선 세상이었지만 분명히 익숙했다.
아주 오래전 느꼈던 진동, 그것이 소리로 들리는 것이다.
엄마의 손이 내 등 위를 살며시 덮었다.
"네가 뱃속에 있을 때도 우린 매일 여기 왔었어."
나는 눈을 꼭 감았다.
그렇게 첫 나들이를 나왔다.
울음
나는 울었다.
배가 고픈 것도, 기저귀가 젖은 것도 아니었지만
너무 많은 것들이 내 안에서 꿈틀거렸고
무섭고 불편해서 울었다.
엄마와 맘마는 나를 번갈아 안았다.
두 사람 모두 지쳐 보였고,
말수가 줄었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울까… 배가 고픈가? 졸린 건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힘든 밤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내 옆에 있었다.
나는 두 명의 품 사이를 오가며
한참 훌쩍이다가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