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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isie Dec 01. 2020

[영화] 라라랜드

나만의 책방 SEB’s를 꿈꾸며

아주 솔직히 고백하자면, 초반부터 라라랜드에 전혀 몰입할 수가 없었다. 캘리포니아에 꼭 가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배경과 인물들의 비비드 한 의상이 눈을 사로잡았지만, 대사를 주고받다가 갑자기 노래를 하고 춤을 추는 방식이 너무나 낯설었다. 뮤지컬을 즐기지 못하는, 부족한 내 예술적 소양이 근본적인 문제였다. 부끄럽지만 라라랜드에 빠져든 건 영화 시작 후 1시간 16분 9초쯤 지난 시점인 가을부터다. 미아와 세바스찬이 꿈과 현실, 그 사이에서 방황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며 , 지난날의 나를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가슴이 아팠던 것은 미아가 볼터시티로 돌아간 후 세바스찬에게 한 대사였다.

난 재능이 없나 봐. 왜, 하겠다는 의지만 갖고 이룰 수 없는 헛꿈 꾸는 그런 사람들 있잖아. 나도 그중 하난 가봐. 자기가 그랬지. 철들면 꿈도 바뀐다고. 내 길이 아닌 것도 모르고 여기까지 왔어.

나 역시 미아처럼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이것이라며, 7년 동안 하나의 꿈에 매진한 적이 있다. 꽤 우직하게 오랫동안 버텼지만, 끝내 미아나 세바스찬처럼 꿈을 이루진 못했다. ‘이제부터는 나 좋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 하고 싶어도 못 한다. 그냥 여기까지인가 보다.’라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뇌면서 나의 꿈에 작별을 고했다. 아마 2016년에 라라랜드를 봤다면 나는 오열했을지도 모른다. 미아의 대사에 너무 공감해서,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룬 미아와 세바스찬이 부러워서, 또 그렇게 하지 못한 내가 싫어서.

다행히 2020년의 나는 그렇지 않았다. 가슴 아팠던 기억을 잠시 떠올렸고 이내 마음이 저리긴 했지만, 이 세상의 모든 미아와 세바스찬들을 축하할 수 있었다. 세바스찬의 말처럼 철이 들면서 꿈이 바뀌진 않았지만,  다시 꿈을 꿀만큼은 철이 들었나 보다. “시간은 오래 남을 것만 가려낸다. 그리고 대개 시간이 옳다.”라는 작가 에리히 캐스트너의 문장처럼, 결국 시간이 약인가 보다. 시간에 기대어 떠나보내야 할 것들을 흘려보냈고, 또 다른 시간에 기대어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이번에는 시간과 재능이라는 핑계 앞에 무너지지 않으려 한다. 그저 묵묵히 즐기며 아주 가끔씩만 괴로워하면서, 관 뚜껑 닫을 때까지 해나가고 싶다!! 얼마나 오랜 시간 뒤에, 어떤 모습으로 꿈을 이루게 될진 모르겠지만, 분명 만나게 될 것이다 나만의 책방 SEB’s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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