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iely Oct 04. 2023

36. 내가 코로나를 불러들인 걸까 코로나가 나를 만나

러 온 걸까

36. 내가 코로나를 불러들인 걸까 코로나가 나를 만나러 온 걸까 (작년 2022년 3월에 저장해 둔 글입니다^^ 1년 하고도 반이 지난 지금은 생각도 상황도 많이 달라졌네요.)


그렇게 바쁘게 재택근무와 한국 친구들과의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나는 덜컥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3월에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에 2~30만 명씩 발생하면서 주변에 코로나 확진자가 없으면 친구가 없는 거라는 농담이 떠돌 정도로 안 걸린 사람이 드물었다. 당시 같이 만난 친구들은 걸린 친구가 없는데 정작 내가 갑자기 걸려버렸다. 병가를 내고 앓아누웠다. 매일 증상이 달라졌고, 가벼운 감기처럼 잠깐 아프고 말 거라는 이야기와는 다르게 내 경우는 상당히 아프고 피곤했다. 


2월 초인가 열심히 눈오리 만들던 시절


두통, 고열, 목이 파열되는 것 같은 고통, 호흡곤란, 배탈, 말도 안 되는 피로감이 잔치라도 벌이듯 많이도 찾아왔다. 강도도 심해서 누우면 숨이 잘 안 쉬어지고 두려움이 몰려오기도 했다. 재택치료기간이 끝났음에도 피로감은 묘사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했다. 돌아다니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했던 예전과 비교해 보면, 아무리 나이를 몇 살 더 먹었기로서니, 이건 나이로는 설명이 안 될 정도의 병적인 피로감이었다. 이게 바로 코로나 이후의 피로감이구나 싶었다. 1시간만 밖에 나가도 지쳐서 길바닥에 드러눕고 싶을 정도였다. 그 피곤함은 글을 쓰는 지금도 잔재가 남아있을 정도로, 코로나의 후유증은 내게 나름 엄청났다. 


친구들과 밤에 한강 갔을 때


코로나로 격리하고 쉬던 기간에 나는 한편으로 마음이 편해지는 부분도 있었다. 갑작스럽게 한국 날씨, 한국 문화(?), 달라진 대화 주제 등으로 적응이 바로 되지는 않던 나는 모종의 피로감을 느꼈던 것 같다. 말레이시아에서부터 노트북을 들고 와서 재택근무를 계속했기에 완전한 휴가와 재충전의 시간이 아니어서 피곤했고, 갑자기 많은 사람들을 계속 만난 것과, 어떤 달라진 상황에서 중심을 잡기 힘들었던, 내 기반의 일부가 이미 말레이시아에 있기 때문에 한국의 내 친구들은 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여전히 바다 건너에 남아 있다는 마음, 말레이시아에 대한 그리움, 내 고향의 일부는 말레이시아인 것 같은 역 향수병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심신이 피로했고, 다 놓고 쉬고 싶었다. 회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에너지도 딸렸다. 어쩌면 쉬고 싶어서 내가 코로나를 끌어들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레이시아로 돌아갈 때가 되자 또다시 한국에 대한 예견된 그리움과 떠나고 싶지 않은 복잡한 마음, 부모님과 고양이와 더 함께하고 싶은 마음, 친구들 만나느라 부모님과 시간을 덜 보낸 것 같은 아쉬움에 슬픔이 몰려왔다. 가고 싶은 마음, 가고 싶지 않은 마음, 당장 가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 그렇다고 영원히 안 갈 수도 없는 상황. 복잡한 마음과 감정, 무엇보다 부모님을 더 꼭 자주 안고 맛있는 것도 먹고 여행도 다녔으면 좋았을 텐데 코로나 상황이 너무 심각했어서 제대로 같이 자주 외식도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떠나는 발걸음은 온통 부모님 생각으로 느려졌던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35. 뿌리 없는 나무가 되어 한국을 걸어 다니던 묘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