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사람들과 거리를 둬야 할까
8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회사 사람들과 거리를 둬야 할까)
회사생활, 사회생활 관련한 조언들 중에, '회사에서 내 모든 모습을 보여줄 필요 없다', '회사는 돈 벌러 가는 곳이지 친구를 만들러 가는 곳이 아니다' 등의 이야기들을 듣거나 본 적이 있다. 이는 번아웃으로 힘들어하는 상황에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지 않을까 싶다.
우선 쏟아지는 일과 상사, 동료, 후배와의 교류에서 심신이 지치고 피로한 개복치들, 또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성향의 개복치들의 경우, 회사에서 추가적으로 감정적 교류를 하거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개하는 것은 피로를 가중시킬 뿐 아니라 새로운 스트레스 요인을 추가하게 될 수도 있다. 이때 부가적인 자기 공개, 사담, 상대방의 감정폭격을 들어주게 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거리를 두고 바운더리 설정을 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특히 소위 '결이 맞지 않는' 사람의 경우, 그다지 깊이 들어가지 않은 가벼운 일상 이야기조차 들어주고 맞장구치는 것이 버거울 때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동료가 다가와서 묻지도 않은 자기 이야기를 밑도 끝도 없이 늘어놓을 때면, 일이 너무 바빠서요 조금 있다가 수다 떨어요~ 하면서 급한 일을 허겁지겁 듀얼 모니터에 잔뜩 띄운다. 초반에는 약간의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몇 번 하다 보니 상대방도 사담으로 다가오는 빈도를 현격히 줄이며 적절한 거리가 형성되었다. 또한 실제로 업무가 많은 것도 사실이기에 적절한 사유가 되었다. 거리 두기에 대한 약간의 죄책감도 시간이 지나면 옅어졌다.
한편으로는 모든 회사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사담을 차단하고 일만 하고 가는 것도 쉽지는 않거니와, 실천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모두에게 적절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일반적인 직장인들이라면 수면시간 제외하고 하루의 절반 이상을 회사(+출퇴근)에서 보내고 있지 않은가. 모두에게 장벽을 치고 사담이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사는 것이 쉽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번아웃에 힘든 개복치들에게는 하나하나 장벽을 치는 과정이나, 혹시 그 사람이 안 좋게 생각하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으로 기울게 되면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또한 나와 어느 정도 통하는 면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을 조금 열고 가까워지는 것이 오히려 회사 생활에 작은 지지가 되고 소소한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 나만 해도 지치고 기빨리게 하는 자기자랑형 혹은 물어보지 않은 개인사를 남발하는 안물안궁형 동료 몇 명의 경우 같이 점심만 먹어도 힘든 경우가 있지만, 살아온 환경은 다르더라도 가치관이나 취미나 어떤 공통분모가 있는 동료, 그냥 무작정(!) 느낌이 좋고 대화할 때 힘이 빠지지 않는 동료, 본인의 경험 이야기를 하는데 이상하게 듣는 내가 재미를 느끼는 동료 등의 경우 종종 대화 나누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격무에 시달리다가도 같이 농담하며 풀어낼 수 있었다.
번아웃에 매몰되지 않고 함께 힘듦은 헤쳐나갈 수 있는 상호적인 지지기반이 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시절인연처럼 같은 팀 같은 회사에 있을 때만 교류한다고 해도, 마음 맞는 회사 사람이 있고 없고는 차이가 크다. 더 나아가 진짜 잘 맞아서 실제 친구가 된 경우들도 있는데, 이 경우 각자 다른 길을 가게 되더라도 서로를 지지해 주고 연락하면서 시간 맞으면 실컷 수다를 떨 수 있는 베프가 되기도 하며, 회사에서 스친 옷깃이 질긴 인연의 매듭을 맺어주기도 한다.
결이 맞는 사람이 회사에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아예 없다면 적절한 거리 두기를 통해 에너지를 지키는 것이 현명하고, 약간 괜찮다 싶은 옷깃이라면 몇 번쯤 스쳐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당신의 어깨에 외투를 덮어주는 좋은 인연들이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