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내가 만난 명문장]
“우리가 알다시피 패션은 끝났다. 사람들은 이제 자기가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 입는다.”
―메리 퀀트
메리 퀀트는 1960년대 영국 패션을 선도한 디자이너다. 그녀의 대표적인 디자인인 미니스커트는 당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기성세대에게는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일부는 이를 사회의 타락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이에 퀀트는 위와 같은 말로 전통적인 패션 규범은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며, 패션이 이제는 개인의 자유와 자신감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음을 표명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패션은 여전히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훨씬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핵심’을 의미하는 ‘코어(core)’를 붙여 새로운 스타일을 정의하는 경향이 생겼다. 예를 들면, 블록코어는 스포츠 유니폼을, 발레코어는 발레복을, 고프코어는 아웃도어 웨어를 일상복으로 재해석한 스타일이다. 영화 “바비”의 인기로 바비코어가, 중고 제품 선호로 인해 빈티지코어가 등장하는 등 새로운 스타일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무엇이든 스타일이란 이름으로 계속 새 옷을 사게 만드는 패션 업계의 상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스타일이든 패션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유행에 따르지 않으면 센스 없고 촌스러운 사람으로 보일까 신경 쓰며 유행에 휩쓸리기도 한다. 하지만 다양한 스타일을 수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유행과 상관없이 자신에 대해 고민하며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자신 있게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옷이 아닌, 옷을 입은 개인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과연 지금의 나는 나의 ‘코어’에 맞는 옷을 입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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