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이스탄불 여행 하루 전, 떠날 준비를 끝냈다

by 김종섭

여행을 떠나기 위해 문밖을 나서는 순간, 세상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낯선 언어, 다채로운 색, 오래된 돌바닥을 밟는 소리, 골목을 스치는 향기까지. 여행은 언제나 기대보다 가볍게 시작되고, 도시는 언제나 상상보다 깊었다.


9일 동안 나는 걷고, 머물고, 바라보며 이스탄불이라는 도시의 시간 속에 천천히 스며들 것이다. 이 여행 기록은 발길이 머문 자리마다 남은 작은 이야기들의 모음이 될 것이다. 혹시 누군가도 언젠가, 문밖을 나서는 그 순간을 꿈꾸고 있다면 이 짧은 여정이 작은 지침서가 되길 바란다.


떠나기 전날, 가볍게 짐을 꾸리며 여행 가방을 꺼내는 일에는 언제나 설렘과 망설임이 함께 따라온다. 한국에 살던 시절보다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스레 여행이 잦아졌다. 모국을 찾는 방문부터 가족들과의 시간, 짧은 휴식까지, 이 모든 순간들이 여행의 시작이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비행기를 탑승할 때 조금 특별한 상황이 생겼다. 독일을 경유해 이스탄불로 가는 유럽 저가 요금으로 항공을 예매했는데, 생각보다 조건이 꽤 까다로웠다. 기내 수하물 허용 무게가 고작 2kg. 소형 가방(최대 40 x 30 x 10cm) 보다 더 많은 기내 반입 수하물을 가지고 비행하는 경우 공항에서 최소 $90의 요금이 부과된다고 공지되어 있다. 아내는 기본 설정된 무게로는 여행 짐을 꾸리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결국 8kg로 무게를 늘리며 추가 요금을 지불했다. 그 비용만 해도 무려 12만 원이 넘었다.


항공기는 밴쿠버에서 출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 이스탄불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요금은 1,250달러. 사실 저가 항공이라 부르기엔 꽤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반면, 아들은 한국에서 아시아나항공 직항 노선을 이용해 비슷한 비행 조건으로 약 100만 원에 항공권을 구매했다고 한다. 이런 비교를 해보면, 유럽에서 흔히 말하는 ‘저가 항공’이라는 표현이 실상은 이름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럽은 식당에서 물조차 사 마셔야 하고 공증화장실도 돈을 내고 사용하는 상황을 미루어 볼 때, 여행자 입장에선 여러모로 인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다행히 이번 여정에는 아들이 함께한다. 아들은 업무차 이틀 전에 이스탄불로 떠났다. 우리 부부는 아들의 일정에 맞춰 합류할 예정이다.


2023년 12월, 아들과 이탈리아 출장 중 12일간의 가족 여행을 함께한 적이 있다. 며느리는 작년 초 아들과 이스탄불을 여행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들과 우리 부부만 함께하는 일정으로 계획했다. 아들이 이스탄불을 이미 경험해 본 덕분에, 우리 부부에게도 더 알차고 깊이 있는 여행이 될 거라는 기대가 크다.

항공기 수화물 무게 제한으로 짐은 단출하게 챙기기로 했다. 번갈아 입을 옷을 줄이고, 여행지에서. 필요한 필수품만 넣은 작은 가방 담아 놓았다. 떠나기 전날, 집안을 천천히 돌며 창문을 미리 점검하고 플러그를 뽑아 놓았다. 이런 소소한 일들이 왠지 마음을 묘하게 울려온다. 텅 빈 집이 남길 정적이 떠오르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다.


여행이란 결국 일상에게 잠시 작별을 고하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여행은 설렘이다. 어린 시절 소풍 전날 밤처럼, 설렘은 늘 여행 전날 가장 크게 다가온다.


여행을 위해 문밖을 나서는 그 순간부터 설렘이다. 내일이면 문밖에는 낯선 하늘이 펼쳐질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낯선 하늘, 낯선 땅아래에서 나는 다시 걷고, 머물고, 바라볼 것이다. 설렘과 가벼움, 그렇게 이번 여행은 조용히 시작되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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