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버스를 타고 론즈데일 키 마켓을 지나 찾은 이민자의 밥상
오늘은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승용차 대신 버스와 전철을 이용해 밴쿠버 워터프런트 역에서 씨버스(SeaBus)를 타고 노스밴 론스데일 키(Lonsdale Quay)로 향했다. 바다를 건너는 짧은 항해는 늘 특별한 기분을 준다. 잠시 한국의 수많은 대교가 떠올라 “바다에 다리 하나만 놓으면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곧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가로질러 가는 씨버스도 밴쿠버가 가진 독특한 매력임을 깨달았다.
씨버스에서 내려 출구를 빠져나오면 곧바로 바닷가와 맞닿은 론즈데일 키 마켓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내가 처음 캐나다에 이주했을 무렵 찾았던 곳이다. 바다가 주는 안정감, 광장에서 들리던 작은 연주회의 선율, 이국적인 상점들의 활기는 낯설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찾은 마켓은 예전과 달랐다. 문을 닫은 상점이 많아 활기를 잃은 듯했고, 일부 음식점과 선물 가게만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기대했던 풍경이 달라져 아쉬움이 남았다.
점심을 이곳에서 해결하려 했지만 마땅한 음식을 찾기 어려웠다. 그 순간 예전에 들렀던 한국인 운영 순댓국집이 떠올랐다. 며칠 전 아내가 “순댓국이 먹고 싶다”던 말도 함께 생각났다. 순댓국은 한국에서도 흔히 먹던 음식이지만, 막창순댓국은 이곳 캐나다에서 처음 맛본 음식이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었다.
순댓국집은 걸어서 10분 남짓한 거리에 있었다. 늘 차로만 다니던 길을 걸으니 다소 낯설었고, 결국 잠시 길을 헤매기도 했다.
식당에 도착하니 점심시간답게 북적였다. 손님들 중에는 외국인, 특히 아시아계 손님도 적지 않았다. 테이블 수가 많지 않아 늘 기다려야 하는 풍경도 여전했다.
막창순댓국의 가격은 CA$19.99. 세금과 팁까지 포함하면 한화로 약 2만 5천 원 정도다. 한국과 비교하면 비싸지만, 타국에서 고향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이민자로 살다 보면 문득 한국의 입맛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 한국 음식점에서 맛보는 한 그릇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마음을 달래주는 위안이 된다.
뜨끈한 국물로 속을 채우고 나니 몸이 한결 개운해졌다.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다시 씨버스를 타고 밴쿠버 시내로 돌아왔다. 이어 가스타운(Gastown) 증기시계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사진을 찍으며 북적였고, 우리 부부도 그 속에서 또 하나의 추억을 남겼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넛 가게에 들러 도넛과 커피를 주문해 도시 풍경을 즐기며 잠시 쉬어 갔다.
오늘의 나들이는 길지 않았지만 특별했다. 무엇보다도 막창순댓국 한 그릇이 고향의 맛과 추억을 불러내며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었다. 한국에서는 흔한 음식이지만, 이민자로 살아가는 우리 부부에게는 그리움을 달래주는 귀한 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