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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다시 맛본 한여름밤의 치맥

한국의 여름밤을 떠올리게 한 치킨과 맥주의 소소한 행복

by 김종섭

오늘은 막연히 치맥이 그리운 날이다. 치맥, 얼마나 그리운 이야기인가. 단순히 치킨과 맥주의 조합일 뿐인데, 그 안에는 한국에서 보낸 지난여름밤의 기억과 소소한 즐거움이 담겨 있다.


오늘은 일요일. 오전에는 산책을 하고, 오후에는 한국 드라마를 보며 휴일의 여유를 즐겼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차량 소음조차, 오늘은 왠지 한국 치킨집 앞의 활기찬 저녁 풍경처럼 느껴졌다. 인도에 놓인 파라솔과 간단한 의자, 그리고 그곳에서 마시던 소맥 한 잔. 그 장면이 긴 여름날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던 기억이 스며들었다.


저녁 무렵, 아내가 미사를 다녀오더니 현관에서 신발도 벗지 않은 채 말했다.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외식해요.”


캐나다에 이민 온 뒤로 외식은 거의 하지 않았다. 팁, 부가세, 예약까지 생각하면 즐거움보다 번거로움과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아내는 푸드코트에서 각자 원하는 음식을 먹자고 했고, 나는 대신 집 근처 한인이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테이크아웃하자고 했다. 결국 오늘의 메뉴는 오랜만에 맛보는 치킨과 맥주 한 잔으로 정해졌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외국에서는 외국 방식의 식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 치킨은, 그 자체로 추억과 행복을 불러오는 음식이었다. 캐나다에서 흔히 먹는 바비큐보다 확실히 한국적인 맛과 개성이 살아 있어, 오늘의 일요일 저녁은 기억에 오래 남을 특별한 순간이 되었다.

아내와 나란히 앉아 치맥을 나누며 생각했다.
“한국에서 누리던 소소한 즐거움을, 이렇게 먼 곳에서도 다시 느낄 수 있구나.”

오늘의 치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한국 여름밤을 다시 불러온 작은 행복이었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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