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한다는 '디카', 장롱 속에서 꺼냈습니다

편리함에 밀려났던 것들의 귀환.. 빈티지 열풍 속에 다시 꺼내 든 카메라

by 김종섭

세월에 밀리기보다는 새로운 것들이 업그레이드되어 가면서 생활 속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찾아오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카메라이다. 사진은 기록을 남기듯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였고 그 관계는 아직도 여전하다. 필름을 넣고 현상을 기다리던 설렘이 앨범 속에 차곡차곡 쌓여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앨범은 장롱 속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필름도 현상도 없이 자유자재로 찍고 PC에 저장해 꺼내 보던 시대. 하지만 그 시대도 잠시, 카메라 기능이 휴대폰에 탑재되면서 유용하게 사진을 담아내던 디지털카메라마저도 다시 장롱 속으로 숨어들었다. 그런데 며칠 전 흥미로운 기사를 보았다. 한때 찬밥 신세였던 그 '구식' 디지털카메라가 2030 젊은이들 사이에서 다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고 시장에서 수요 급증으로 귀한 대접을 받으며 몸값이 껑충 뛰었다고 한다.

유행의 회귀는 사실 디지털 기기뿐만이 아니다. 복고풍이라는 이름 아래, 사라진 줄 알았던 예전에 즐겨 입던 스타일의 옷들이 다시 거리를 누빈다.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그 시절의 멋과 감성이 돌고 돌아 우리 곁을 다시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 집 장롱 속에도 디지털카메라 두 대가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채 보관되어 있다. 사실, 이번처럼 다시 꺼내어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사실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언젠가 다시 꺼내 쓸 날을 기다리기보다 골동품으로서의 존재감을 믿고 막연하게 보관해 두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책상 서랍에는 그 당시 최고 성능을 자랑하던 구형 휴대폰들이 이제는 골동품이 되어 놓여 있다.

그동안 필요 이상으로 생활 속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감을 안고 있던 많은 것이 우리 곁을 떠나간다. 서랍장에는 휴대폰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지갑도 보관되어 있다. 카드와 현금, 명함으로 두툼했던 지갑은 이제 휴대폰 속 '페이' 기능에 밀려 무기력해졌다. 오래된 것부터 최근 것까지 모인 지갑들, 그리고 책장 한쪽에서 장식품처럼 진열된 시계들은 세월의 흔적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어떤 물건은 영원히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지지만, 어떤 물건은 옛 정취를 그리워하는 이들에 의해 기적처럼 소생한다. 편리함과 간편함, 가성비가 최고인 세상에서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다시 '손맛'과 '정성'이 담긴 과거를 소환한다.

공원 늪지대나 호수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노신사들을 가끔 뵙는다. 휴대폰의 매끄러운 보정 기능보다, 예전 카메라에 담긴 묵직한 질감과 셔터를 누르는 정성이 더 예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믿음이 그들의 뒷모습에서 느껴진다.

장롱 속에 있던 카메라 하나는 휴대용이고, 또 하나는 사진에 입문하기 위해 샀던 DSLR이다. 나는 오늘 카메라를 다시 꺼내 먼지를 닦아내고 가방 속 소품들을 정리했다. 이번 휴일에는 이 오래된 카메라를 들고 야외로 나가볼 예정이다. 편리함 대신 조금은 느리고 무거운, 하지만 나만의 시선이 오롯이 담길 그 사진들을 기대하며 정직한 사진을 정성을 다해 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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