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를 줍다

비가 오는 날

지금 나로 인한 비었음에...

by 김종섭


https://youtu.be/ibVHD0QNn0g

시/김종섭

낭송/잎새예지


유난히도 정겨움으로 세상의 어둠
속을 밝혀 나간다.
오는 비의 양만큼 한잔의 술을
퍼 올려 마셔가고 싶었다.
술이 자리를 피해 가기 전에 내가 입에
담을 만큼 그렇게 마시고 또 마시고
싶은 날이다.
비속에 추억이 빗물 속으로 스며들었다.
어디선가 부를듯한 고요의 함성이 들려올 듯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아야 했다


아무도 부르는 이 없는 이방인의 가슴에는 빗속에
지나간 환상만을 쫓고 지나가고 있었다.
휘청거리는 도심에 비가 멈추지 않던 어느 날
작은 연민의 술잔을 부어 빗물에 타 마시고
또 마셔 보았지만 쓰디쓴 한잔의
술은 입가에 담지 못하고
흘려보내야 했다.


가슴은 또 비가 되어 내려진다.
오늘은 우산 없이 비를 맞기에는
너무 많은 빗줄기가 사람을
외면하고 있다.
생각은 늘어가고 무엇인가 잡힐 듯
놓쳐버린 날에 원망들이 밀려온다.
내가 서야 할 곳에 그토록 사무치게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음은 찾지 못한 강을 찾아 흐르고
흘러 바다를 만날 때 외로움을
주저 없이 파도 속에 내 던져
버려야 했다.
음악이 흐른다.


낯선 음악이 친근한 지난 시간 나의 귓가에
맴돌아 가지만 어디에서도 내가 찾고
그리워하던 선율의 리듬은 다시금
들을 수가 없었다.
난 지금 비 오는 날
몽상가의 꿈을 꾸는 것은 아닐까
막연한 생각은 고독의 연민 앞에 고개를 떨구고
지워가길 반복하면서 과거의 시간을 묻어버린다.
비가 되어 떠나버린 기억들이
아쉬움에 비가 되어 내린다.
지금 나로 인한 비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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