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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Aug 21. 2024

손 선풍기가  올여름을 구했다

입추가 지나고, 말복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무덥다

입추가 지나고 말복이 지나도  무더위는 여전하다. 절기에 한때는 희망을 가져보지만, 절기와는 상관없이 무덥기만 하다. 괜스레 복이라 하여 애꿎은 보양식 재료만 수난을 겪는 것 같다.


온종일 집에 있는 경우 에어컨 없이 생활하기엔 한계에 부딪친다. 요즘 날씨는 사우나를 연상해도 무리가 아닐 듯하다. 밤 열두 시가 넘은 밤인데도 여전히 온도가 떨어지지 않고 30도를 밑돌고 있다. 이 때문에 24시간 모두의 시간을 혹독하게 여름을 보내고 있다. 여름철에 은근히 짜증 나는 주범 하나가 있다. 습한 한국의 전형적인 여름날이다. 


연일 뇌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핸드폰을 통해 일림이 도착한다. 하지만, 몇 주 동안  한 번도 비와 마주한 적이 없다. 일기 예보라도 신뢰감이 있으면 좋을 덴데 이마저믿음이 가질 않는. 비라도 내리면 좋을 텐데 날씨의 덕은 여전하다. 샤워로 무더위를 식히려고 하려 해도 샤워기에서 뿜어 나오는 물마저도 시원함을 느끼지 못하고 온수에 가깝다.


요즘은 날씨가 무더워도 부채질하는 행인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상가 주변을 걷다 보면 광고용으로 보이는 부채가 상가  상자에 가득 담겨 있다. 하지만, 상자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지나쳐 버리는 사람들뿐이다. 부채를 대신한 소형 모터와 건전지가 탑재된 휴대용 손선풍기가 부채의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과연 소형 모터로  손선풍기의 기능이 제대로 시원함으로 전달이 될까, 항상 손 손풍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볼 때 때마다 의구심이 생겨났다.

손 선풍기를 하나 구매해서 침대 위 프레임 달아놓았다. 작은 선풍기 출구에서 나오는 바람이 과연 시원할지에 대해 아직까지 검증을 끝내지 않은 상태이다. 전원스위치를 켜는 순간 둔탁한 소음과 빠른 속도로 돌고 있다. 시원함은 생각이상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작은 용량에 시원한 바람을 생성하기 위해 빠른 회전속도의 움직임에는 소음까지 가세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생각지 않게 올여름에 손 선풍기가 무더운 여름을 구해 내고 있다. 이마저도 없었다큰 선풍기가 일상의 무더위를 채워주기는 했겠지만, 부채가 필요한 공간에는 손 선풍기가 존재해야 한다. 손 선풍기의 가능은 과학이었다. 오늘은 모처럼 비가 있는 아침을 열어가고 있다. 이 비가 끝나고 나면 성큼 가을이 찾아올 것 같다. 가을이 오면 여름과 함께 손 선풍기와도 시원섭섭한 안녕을 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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