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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의대생 Jan 25. 2023

나의 의대 입시, 긴 여정의 기록

prologue. 시작부터 삐걱거린 고등학교 입학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대 합격증을 손에 쥔 지금, 의대 입시가 얼마나 힘들어졌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이 놀아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뒹굴뒹굴대다 산책이라도 할 겸 밖으로 나가면 불과 두 달 전까지의 나와 똑같은 차림의 학생들이 종종 보인다. 질끈 묶은 머리에 헐렁한 트레이닝복, 돌덩이처럼 무거운 책가방까지. 특별한 듯 평범했던 나의 고된 고등학교 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사소한 것들조차 무겁고 견디기 힘들었던 그때, 수많은 또다른 '나'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글을 쓰고 싶어 컴퓨터를 켰다.


공교롭게도 나는 이과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의대에 입학 예정이지만 국어를 가장 사랑했던 학생이었다. 장난삼아 의대에 다 떨어지면 국어국문학과 갈 거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이 기회에 공부를 핑계로 오랜 시간 묻어 두었던 글을 향한 열정에 다시금 불을 붙여보고자 한다. 이 입시 이야기를 통해 지금 이 순간도 그저견뎌내고 있을 많은 학생들이 잠시나마 마음의 짐을 덜고 용기를 얻길 바란다.

(중간중간 소소한 입시 꿀팁들도 풀어볼 예정이다!)


prologue. 시작부터 삐걱거린 고등학교 입학


우선 필자는 일명 '내신 따기 빡센' 여고를 졸업했음을 알린다.


고등학교 배정 발표가 나던 그 날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중학교 3학년을 마칠 무렵, 전국의 중3들은 1지망부터 5지망까지 희망하는 고등학교를 정하느라 분주하다. 나름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중학교 시절을 보냈던 나는 아마 조금 안일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원하는 곳에 배정이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안고 내신 따기가 수월하다고 소문난 학교들에 모두 원서를 넣었다. 게다가 우리 집은 내신 따기 어렵기로 악명이 자자한 바로 그 여고와 무척 가까웠다. 어쩌면 내가 이 학교에 오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1지망부터 5지망까지 썼던 학교들에 모두 떨어지고 쓰지도 않은 나의 모교에 배정받았다.


처음 결과 문자를 받고 오타가 난 줄 알았다. 지망 순위에 아예 쓰지도 않았는데 배정이 될 수가 있는 건가? 입학하기도 전에 벌써 망한 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 그 당시에는 이게 세상의 전부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 아주 잘 알고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아마 이 글을 쓰고 있는 1월 말,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등학교 배정을 받고 희비가 갈렸을 것이다. 원하는 곳에 배정을 받은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이곳만은 꼭 피하고 싶었던 바로 그 학교에 배정을 받은 학생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레 겁먹지 말자.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다가오지 않은 불행을 걱정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결정된 일, 조금만 좌절하고 어서 일어서자. 아직 고등학교 입학도 안한 상태이다. 백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싸우기 전부터 겁먹고 있으면 이길 수 있겠는가? 자신감을 갖자. 남들이 좌절할 시간에 일어서서 책상에 앉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준비를 하자. 이건 고3때까지 꼭 가져가야 할 마음가짐 중 하나다.


나 역시 중학교때까지는 그저 공부를 좀 하는 아이 중 하나였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와서 내 확고한 진로를 찾고 공부에 대한 감을 잡아가면서 '내신 따기 빡센 고등학교'라는 환경에서도 전교 3등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오히려 공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친구들 사이에서 같이 으쌰으쌰하며 지치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오히려 나를 더 강하게 한다고 했던가? 이 학교에 오게 된 것이 내겐 반대로 호재가 된 것이 아닐까 한다. 그 이야기는 뒤에서 차차 더 해보기로 하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원하는 고등학교 진학에 실패한 학생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쫄지 말자!


*아직 고등학교를 결정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남긴다.

입시 제도가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특히 의대와 같은 최상위권 성적을 노린다면 고등학교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그 선택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덜어주고자 써본다.

1. 내신 따기 쉬운 학교가 최고 - 여기저기서 정보를 모아보자. 내신 따기 수월한 학교가 있다면 그곳에 입학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수능 최저도 완화되어 가고 있는 지금, 높은 점수대의 내신만큼 든든한 것이 없다. 그러나, 집과 거리가 너무 멀다면 주의하자. 너무 먼 곳들만 지원했다가는 인원이 미달된 집 주변의 가고 싶지 않은 고등학교에 배정될 위험이 있다.

2. 인원수 많은 학교가 최고 - 학년이 올라갈수록 문과/이과가 나뉘고 선택과목이 나뉘며 1등급 인원수(4%)가 점점 줄어든다. 전교생이 100명대인 학교를 갔다가는 2학년 때 1등이 1등급, 2등이 2등급.. 인 극한의 내신 시험을 쳐야 할지도 모른다. 지원한 학교들의 학생 수를 꼭 미리 확인하자.

물론 학생의 공부 스타일, 공부 환경의 중요도 등에 따라 선택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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