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시작되어 이어지는 과정 공유
축제 신청 당시 안내된 빌리지에 대한 설명글은 아래와 같다.
"레지던시 기반으로, 공간의 방향성과 맞닿은 주제를 중심으로 창작과 발표의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중심 프로그램입니다. 2025년에는 지역, 창작, 기후, 에코페미니즘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운영되며, 이 키워드는 예술가들이 사람과 공간, 담론과 형식, 다양한 방법론을 탐구하며 창작의 과정을 확장해 나가는 출발점이 됩니다. 작품발표뿐 아니라, 소모임, 워크숍, 낭독, 공유회, 상품 제작, 마켓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축제 전부터 예술가들 간의 지속적인 교류와 실험이 이루어집니다. 창작의 과정과 그 안에서 생겨나는 연결과 이야기를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하는 예술가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입니다."
기획의도를 조금 더 풀자면, 특정한 공간 그리고 다른 예술가와 연결될 수 있는 좌표를 찍어나가며 네 개의 큰 주제틀 안에서 방향성을 잡아가는 것에 목적을 두고 싶었다. 예술의 구현에 있어 공간은 아주 큰 축을 점유한다. 공간 자체가 가지는 특징이 있고, 그 특징을 해석하는 예술가의 시선에 따라 여러 갈래의 창작의 형태를 상상할 수 있다. 그래서 2025년 축제에 빌리지 담당 스탭으로서 나의 역할은 가능한 형태로 다양한 상상을 이끌어내며 지속된 연결로 이어지는 힘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정했다.
1) 과정 공유를 위한 주기적인 모임
- 2주에 한 번씩 각각의 주제에 연결되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눠본다. 처음부터 작업의 성격을 정해두지 않고, 주제를 둘러싼 주변을 자세히 살피면서 진행할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으로 연결한다. 펼쳐놓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기획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숙제. 모임마다 기록을 남기고 다음 모임으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2) 공간과의 협업
- 해당 주제와 연결되는 공간을 정하고, 공간과 협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발굴한다. 이때, 새로운 것을 부러 만들기보단 공간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방식을 지향한다.
올해 담당하게 된 주제는 기후와 에코페미니즘이다. 기후는 성북에 위치한 <호박이넝쿨책>에서, 에코페미니즘은 마포에 있는 <에코페미니즘 공유공간 플랫폼 달(이하 플랫폼 달)>이라는 장소에서 진행하고 있다.
<호박이넝쿨책>의 경우 동네 책방이자 카페로 다양한 모임이 이뤄지고 있는 곳으로, 원래 있던 프로그램에 기후라는 주제를 덧입혀서 연결되는 지점을 찾기로 했다. 기후 빌리지에 참여하고 있는 예술가는 한윤미 님 그리고 프로젝트 망령팀의 연출 임하령 님이고, 매 회의마다 호박이 넝쿨책 주인장 부엔과 이밥이 함께 하고 있다. 현재 기후소설 독서 모임 그리고 계절 텃밭 밥상 모임이 확정된 상태. 축제 참여 예술가를 모집하여 기후문제에 대한 관심을 넓히려고 한다.
<플랫폼 달>에서는 페미니즘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예술가팀 <고원의 주민들>이 에코페미니즘이라는 깊이 있는 주제를 톺아보는 과정을 공유한다. 축제 기간에 이들이 '에코페미니즘'으로 좌충우돌한 이야기들을 공개적으로 함께 나눠보는 것으로 기획하고 있다.
1) 각각의 주제가 가진 광대한 범위
- 기후와 에코페미니즘은 주제에 대한 지식, 실천 범위까지 개인에 따라 엄청난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가 어느 정도 깊이와 층위로 접근하고 있는지 면밀히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대화의 방식이 달라진다.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과정이 촘촘하려면 물리적인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라고 했을 때는 6개월 이상의 꾸준한 호흡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2) 빌리지 참여 예술가들의 양적 부족
- 참여 예술가가 적다 보니, 의도했던 예술가들끼리의 네트워킹이 이어질 수 없는 상황이 가장 아쉬운 점이다. 기획자로서 기록과 매개를 중심으로 가는 게 맞는 방향성 같은데, 참여팀이 적다 보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끌고 조정하는 사람으로의 역할이 더 커져가는 상황이다. 작년 예술청약에 이어 프린지 빌리지도 파일럿인 프로그램인데, 적확한 설계를 위해서 손 볼 곳이 많아 보인다. 현실적인 문제들도 무시할 수 없는데, 의미 있는 과정 프로그램을 위해서 무엇이 더 필요한 지 혹은 무엇을 덜어내야 하는지 생각이 많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