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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철환 Feb 20. 2017

미래 교육과 메이커 교육

(2) 메이커 교육의 의미와 가치

(1) 도전 받는 교육 패러다임


(2) 메이커 교육의 의미와 가치


그래도 결국은 다시 교육에서 해답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아직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황무지에 장미꽃이 피는 것 처럼 우리 교육에도 조금씩 희망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동안 오로지 암기 위주의 입시 교육만 존재했던 공교육 영역에 방과후교실, 자유학기제, 소프트웨어 교육 등을 통해 창의력과 상상력을 계발할 수 있는 여지가 제도적으로 도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거꾸로교실,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디자인 씽킹 등 외부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교육 실험들도 공교육을 자극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고 새로운 제도의 도입 과정에서 이런저런 잡음도 많지만, 입시 교육과 양립할 수 있는 작은 씨앗이 자라날 수 있도록 토양이 마련되었다는 점은 그 차제로 큰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제도의 도입과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우리 교육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를 심어주며, 그 과정에서 흥미와 행복을 느끼도록 할 수 있을까? 교육에 정답은 없겠지만, 굳이 하나의 키워드를 제시하라고 한다면 바로 ‘메이커 교육’이라고 답하고 싶다. 메이커 교육은 '만들기를 통해 배우는 교육'이다.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고, 이를 실제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감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으며, 만들어진 결과물을 통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제반 지식에 대한 관심을 스스로 느끼도록 자극할 수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메이커 운동이 교육 분야에 접목되면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메이커이다. 우리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놀이터에서 흙장난이나 소꿉장난을 하면서 무언가 뚝딱뚝딱 만들곤 했다.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쥐어주면 조립하거나 분해하거나 아니면 망가뜨려 버린다. 얼굴에 찍어 바르지도 않을 거면서 화장품 뚜껑은 굳이 돌려서 열어야 하고, 크레용을 쥐어주면 방바닥은 캔버스로 변한다. 무언가 끊임없이 만들고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행위를 누가 시키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본능적 메이커들은 점점 자라나면서 남들이 만든 세상과 물건을 사용하기만 하는 유저로 적응해간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쯤이면 유저이자 소비자로 완벽하게 변신한다. 메이커(Maker)로 태어나서 유저(User)로 늙어가는 것이다. 너무 슬프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의 교육은 더 이상 유저를 키워내는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은 목적은 메이커로 태어난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메이커로 자라날 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 그래서 메이커 교육이 중요하다.


메이커 교육의 사례를 하나만 들어보자. 미국 학생들이 학교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보는 '다리 모형 만들기'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한정된 재료로 가장 무거운 하중을 견디는 효율적인 다리 모형을 만들어보는 수업이다. 4~5명의 팀으로 구성된 아이들은 주어진 재료로 어떻게 하면 가장 튼튼하고 심미적으로도 뛰어난 다리를 만들지 고민한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곳곳의 다리를 검색해보고, 가장 견고한 다리 구조에 대해서도 조사해본다. 나무막대, 빨대, 스티로폼, 골판지 등의 재료들로 테스트용 다리를 만들어본다. 그리고 간단한 실험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최종 다리 모형을 만든다. 각 팀에서 한 명씩 나와서 자기 팀의 다리 모형에 대해 소개하고, 다른 친구들의 의견도 듣는다. 이렇게 다리 모형에 대한 각 팀의 프리젠테이션이 끝나면, 교사가 짧게 코멘트를 한 후에 각 팀의 다리에 추를 매달아가며 하중을 테스트한다. 이 과정에서 약한 다리는 부서지기도 하면서, 아이들의 아쉬움과 탄성이 교차한다. 이 흥미진진한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은 수학, 물리학, 공학 그리고 디자인의 일부 개념들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것이다. 우리의 수업 모습과 너무나 다르지 않은가?


수학과 물리학을 교과서의 공식을 통해서 머리로만 배운 아이들과 실제 무언가 만들어보면서 손으로 익힌 아이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우선 만들기를 통해 배운 아이들은 해당 과목을 흥미롭게 접하게 된다. 그리고 만들어진 결과물 뿐만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더 많이 배운다. 또한, 혼자가 아닌 팀을 통해 다른 친구들과 협업하는 것의 중요성과 가치를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무언가 새롭게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다. 작은 다리를 테스트하고 이것저것 바꿔보기도 하면서 모형을 만들고, 그게 하중을 견디지 못 하고 무너지는 모습도 실제 경험하면서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 대해 거리낌이 없어지는 것이다. 문제를 발견했다면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프로토타입으로 실제 만들어보며, 다시 개선하고 검증하는 이 모든 과정이 바로 메이커 교육이 추구하는 가치이다.


더 이상 주입식 교육을 통해 외우기만 하는 학습 방법은 의미가 없다.

(3) 미래를 위한 메이커 교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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