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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딤플주노 Nov 18. 2024

좌충우돌 P 여행의 정석, 오키나와 만자모

만명이 앉을 수 있는 초원


김영하 소설가님의 '여행의 이유'라는 책을 읽고 있다.

무엇보다 여행에 대한 본질적인 관점이 거의 비슷하게 느껴져서 처음 부터 너무 좋았다.


어떻게 중국에 비자 없이 가다가 추방을 당할 수 있을까? 

좌충우돌 P의 이를 수 있는 최고 경지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마도 김영하 소설가는 P라고 단언 할 수 있다 감히...


지금까지 나도 경험해 보지 못한 P의 최고의 지존만이 다다를 수 있다는 그 무념 무상의 경지를 이미 경험하다니 순간 너무 부러웠다.

찾아보니 나이도 똑 같다. 생일은 내가 조금 빠른것 같지만 완벽하게 동시대를 같이 살 고 있는것 같아서 왠지 모를 친근감과 우리 시대의 아날로그적 감성과 디지털 감성의 교차점을 같이 느낄 수 있을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


푸동공항에서의 추방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정말 여행의 궁극적 목적이 실패라는 아이러니에 닿아있다.

물론 실패를 위해서 어떤것을 시작하지는 않는다. 책도 그렇고 많은 여행기에서 얻을 수 있는 여행의 깨달음을 얻게되는게  실패에서 비롯 된다는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도 이런 즉흥성과 돌발성, 예측 불가능한 의외성의 연속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불현듯, 느닷없이, 뜬금없이 떠나는 여행의 매력을 좋아한다.


특별한 계획도 목적도 없이 떠나는 여행. 그리고 순간 순간 느끼는것 , 그리고 그 순간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는게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서두가 길었는데, 오키나와 일정 마지막 장소인 만자모를 기억한다.

한자는 万座毛 만좌모라고 쓰여졌는데 영어로 Manzamo라고 쓴다. 


그래서 읽을때도 만자모, 만좌모등으로 쓰여지는것 같은데 이름의 유래가 만명의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넓다는 뜻에서 왔다고 하니 만좌모가 좀 더 정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https://maps.app.goo.gl/x5ohnAqh5xt6ZK1bA

        Cape Manzamo · Onna, Kunigami District, Okinawa 904-0411, Japan

★★★★☆ · Scenic spot

maps.app.goo.gl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촬영지도로 유명하다고 했다. 

주차장에서 주차하면 바로 앞에 입구가 있다.


입장료는 100엔을 받는다. 그냥 귀엽다. 애교스럽다.



표를 내고 입구를 통과하면 멋지게 이름이 새겨진 하얀 벽이 나오는데 꽤 멋있다고 생각했다.



벽을 지나 좁지만 잘 정돈된 숲길을 조금 걸으면, 드디어 만좌모의 포인트에 도착한다.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이곳에서 사진을 찍기란 여간 힘든일은 아니다. 

서로 좋은 포인트, 방해 받고 싶지 않아서 눈치 작전이 심하다.



이날은 바람가지 엄청나게 불어서 가져간 삼각대를 편하게 사용하지 못했다.

용감하게 조그만 돌을 올려 고정 시켜서 순간을 포착했지만 사랑하는 아이폰과 영원한 작별을 할 뻔 했다.


     

오키나와 만좌모(만자모)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려는 순간, 불어온 바람에 힘 없이 넘어지는 삼각대를 겨우 잡았다.



시간은 흘러 늦은 오후를 지나고 있는 만좌모의 모습을 뒤로하고 다시 나하 시내의 호텔로 향한다.


돌아오는 길에 추천을 받은 도너츠 집에 잠깐 들렸다.

주변에 고양이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 새끼 한마리가 반갑게 다가온다. 아마 뭔가를 줄것같았는데 준비해서 가져간 간식도 없고 너무 미안했다.


         

<미츠야 오키나와 도넛 본점 고양이들>


많이 달지 않고 맛이 부드럽고 좋았다. 

https://maps.app.goo.gl/suTdyjSScn6sjcFK7


        Okinawan Donuts · 2572-2 Onna, Kunigami District, Okinawa 904-0411, Japan

★★★★★ · Donut shop

maps.app.goo.gl


렌트카를 내일 아침에 반납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주차비도 아깝고 밤에 쓸 일도 없고 시간도 딱 맞고 해서 반납을 하기로 했다.

8시까지 가면 된다고 해서 렌트카 회사로 방향을 잡았다.

렌트카에서 풀커버로 보험을 드는데 날짜로 계산하다. 

따라서 시간과 관계없이 하루의 보험료를 돌려 받았다. 그래도 계산이 깔끔해 좋았다. 


마일리지를 버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적절한 구실이 생겼다는 생각이 어우러져 P 의 정석으로 선택한 오키나와의 여행이 끝났다.

그러니까 5일 아침에 와서 7일 아침에 돌아가니 2박 3일의 짧디 짧은 일정이었다.

하지만 너무 다양하고 즐거운 경험을 했던것 같다. 

역시 여행은 재즈 음악처럼 느낌 그대로 흘러가는것 같다. 


또 다른 좌충우돌 P 여행의 정석을 꿈꾸며 , 벌써 부터  다음은 어디가 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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