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카오메이커스 Aug 03. 2020

햇병아리 창업팀에서 어엿한 사업가로

우연히 잘못 들은 길에서. 샤워하던 중. 수많은 인파 속에서. 때로 좋은 아이디어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중요한 건, 우연히 맞닥뜨린 아이디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다. 제품의 생애 주기가 짧아지면서 빠른 실행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소규모 기업에서 ‘실행-성과 측정-보완’을 골자로 하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전략이 강조되는 이유다.


파레타(구 웨일컴퍼니)를 만든 강성우, 안승재 공동대표는 이 같은 전략을 잘 구사한 청년 기업 중 하나다. ‘고급스러운 향’을 강조한 패브릭 탈취제를 기획, 시장에 빠르게 선보인 뒤 모자라는 점을 지속 보완하며 2년여 만에 누적 매출 10억 원을 기록했다. 대학교 기업가 정신 동아리에서 만나 어엿한 창업가가 되기까지, 두 공동대표는 카카오메이커스가 ‘린 스타트업’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창업가들의 성장 창구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취직 대신 창업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어요. 문제는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인데, 저희 같은 경우엔 그 매개체가 ‘제품’이었죠. 현대인들은 하루에도 수백 가지의 제품을 소비하니까요. 이들 제품은 소비자들의 삶을 더 편하고 윤택하게 해 주고요. 이런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누군가의 삶에 우리의 방식으로 행복을 더하는 것,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리프레셔’라는 아이템을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왕 제품을 만들 거, 좋아하는 분야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좋아해야 잘 알고, 또 잘할 수 있으니까요. 한참 ‘향’에 관심이 많았는데, ‘나 멋 냈어’처럼 티 나는 향수보다 가벼우면서도 분위기 있는 향기 아이템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담배 냄새 때문에 곤란해하는 분이 눈에 들어왔어요. 흡연자들의 설 곳이 줄어들면서 ‘담배 냄새’도 불청객이 됐기 때문이에요.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는 향기 아이템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시중에 있는 50여 가지 탈취제 제품을 다 써봤는데 향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딱 '저렴한 향료를 넣었구나'라고 떠올릴 만한 냄새가 났거든요. 더 큰 문제는 냄새를 근본적으로 없애기보다 냄새 위에 향을 덧씌운다는 거였어요. 잠깐은 괜찮은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냄새가 섞여서 더 안 좋은 냄새가 났죠. 이런 포인트들을 개선하면 기존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바로 제품 기획에 들어갔습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현대인들은 그 어떤 때보다 밀집 생활을 하고 있어요. 출퇴근하는 지하철과 버스 안, 건물의 엘리베이터, 회의실 등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과 함께 머무르는 시간이 길죠. 이때 옷에서 불쾌감을 주는 향이 나면 서로 불편해요. 그래서 ‘향’에 가장 많이 신경을 썼습니다.


향수에 넣는 프랑스 그라스산 향료를 베이스로 전문 조향사가 까다롭게 조향해 7가지 향을 만들었어요. 원재료 비용을 아끼기보단 좋은 향료를 넣되 사람들이 얼마까지 지불할 수 있을까를 더 고민했죠. 조금 비싸더라도, 합당한 가치가 있다면 선택해줄 거란 믿음이 있었거든요.


‘탈취’라는 본연의 기능에도 방점을 뒀어요. 데일리 리프레셔의 핵심성분인 복합 아미노산은 단순히 악취를 덮는 게 아니라 암모니아나 트리메틸아민, 포름알데히드처럼 냄새 원인 물질을 원천적으로 분해해 제거합니다. 악취 원인을 제거하면서 그 위에 향기를 입히는 거죠.


제품 용기도 많이 고민했던 요소 중 하나예요. 어떤 제품이든 사용하기 불편하면 결국 외면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처음에는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납작한 모양의 포켓 리프레셔를 만들었어요. 이후에 만든 데일리 리프레셔는 넓은 면적에 사용하는 만큼 초당 1.25cc씩 안개처럼 넓게 퍼지는 압축 분사 용기에 담았죠. 뿌리다 지치지 않도록요.”



카카오메이커스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처음 제품을 만들다 보니 일단 시장에 던져보고 반응을 살펴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포켓 리프레셔를 처음으로 선보였죠. 반응이 나빴던 건 아닌데, 그렇다고 폭발적이지도 않았어요.


제품 보완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카카오메이커스 MD가 먼저 제품을 보고 연락을 줬어요. 탈취력과 은은한 향이 핵심인 만큼 자주 세탁하기 힘든 외투나 패브릭 소파, 이불에 쓸 수 있도록 스프레이 타입으로 만들면 어떻냐는 제안이었어요. 카카오메이커스라는 플랫폼이 제품을 까다롭게 고르기로 유명해서 엄청 반가웠어요. 우리 제품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느낌이었거든요.


또 다른 가능성의 실험이라고 생각하고 데일리 리프레셔를 선보였어요. 첫날 저녁에는 큰 반응이 없었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주문이 400개 넘게 들어와 있었죠. 깜짝 놀랐어요. 서둘러 공장에 전화해서 얼마나 더 만들 수 있냐고 물어봤던 기억이 생생해요. 아직도 그날 아침을 생각하면 두근두근하네요.”


파레타의 성장 과정을 보면, 빠르게 제품을 출시한 뒤 시장의 반응을 보고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린 스타트업’ 전략이 떠올라요.


“답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단 시장에 던져서 반응을 보기로 했었죠. 근데 생각보다 반응 얻기가 힘들더라고요. 마케팅에 큰 비용을 쏟기 힘든 신생 벤처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 자체가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카카오메이커스는 달랐어요. 컨텐츠 자체 제작과 큐레이션 시스템으로 다른 제품들과 동일하게 고객에게 노출될 수 있었고, 플랫폼 충성도가 높아서인지 진정성 있는 후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죠. 실제로 카카오메이커스의 고객들 의견을 반영해서 용액의 미끄러움을 개선하고 가용화제 성분을 식물성 코코넛 성분으로 바꿨어요. 리필 용기도 스프레이와 호환되는 용기로 변경했죠.


신규 제품 개발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숲 속 향, 나무 향 같은 자연의 향에 대한 요청과 향 없이 탈취만 되는 제품에 대한 문의가 있었는데, 곧 이를 반영한 ‘아로마틱 리프레셔’와 ‘퓨어 리프레셔’도 출시할 예정이에요.”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어떤 얘기를 해줄 건가요?


“일단 사업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책상에 앉아 분석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쏟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아무리 분석하고 계획해 봤자 실제 시장에서는 그대로 되지 않거든요. 그러니 일단 결심하면 빠르게 덤벼보라고 하고 싶어요. 어떤 것을 고르든 어차피 가시밭길이기도 하고요.


다만 시대의 흐름을 캐치하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 꾸준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레이더를 올려야 하죠. 샤오미 창업주인 레이 쥔이 한 말 중에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는데 참 인상적이에요. 시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문장이죠. 너무 빨라도, 너무 느려도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니까요.”


최근 향수 브랜드를 새로 론칭한 거로 알고 있어요.


“‘향’은 남을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나를 위한 거예요. 자기 만족감이 매우 큰 기호품이죠. 남에게도 행복감을 주고요. 그런 점이 ‘향’의 매력인 것 같아요. 향수를 즐겨 쓰시는 분들을 보면 매일 아침 나가기 전 ‘자신만의 의식’처럼 사용하거든요. 이런 감정적 만족감을 주되 부담스럽지 않게 편히 쓸 수 있는 향기 아이템을 만들자는 게 우리 회사의 미션이에요.


최근 우리나라는 향수 시장이 열리는 모습인데, 우리도 좀 더 감도 높은 브랜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2015년 전후로 니치 향수 열풍이 시작됐는데, 우리나라는 시장이 워낙 작았던 만큼 이례적인 성장세가 이뤄지고 있어요. 올세인츠라는 브랜드가 아시아에서 우리나라에만 향수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도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죠.


새 브랜드 '클라우드에잇(CLOUD8)'은 라이프스타일 향수 브랜드입니다. 기존의 리프레셔 라인과 같은 핵심 가치를 이어가죠. 프랑스 그라스의 고급 향료로 향을 내되 가격은 합리적으로 책정했습니다. 또 시그니처 키트는 카트리지 형식으로 향을 바꿔 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날의 T.P.O(time. Place. occasion)에 따라 다르게 휴대할 수 있도록요.”



학교로부터의 독립을 준비한다고 들었습니다. 새 둥지는 어디에 틀 계획인가요?


“우리 제품의 핵심 차별점은 ‘향’이에요. 근데 ‘향’은 온라인에서 알리는 데 한계가 있죠. 글과 이미지로 향을 접한 뒤 생각했던 향과 실제 제품을 받았을 때 느끼는 향이 다르면 실망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늘 오프라인 매장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여유가 없었어요. 제품에 대한 확신도 조금 부족했고요.


그런데 카카오메이커스를 통해 성장하면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리프레셔를 카카오메이커스에 처음 선보인 게 2018년 3월인데요, 아직도 꾸준하게 주문이 들어옵니다. 재구매하거나 주변에 선물했다는 후기도 많이 보이죠. 실제로 전체 판매량을 구매자 수로 나눠보니까 1인당 평균 3.1개를 구매한다는 수치가 나왔어요. 감사하게도 리프레셔 제품의 팬층이 생긴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최근 누적 매출 10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고요.


오프라인 매장으로는 성수동이나 한남동 쪽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2030 세대 타게팅을 위해서예요. 아직 많이 모자라긴 하지만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마련해두면 더 많은 분이 우리 제품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파레타의 데일리 리프레셔 보러 가기>

https://makers.kakao.com/items/100005602?f=br_story_item_100005602



작가의 이전글 오늘, 유난히 힘들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