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 혼돈에서 코스모스로

무질서한 감정 속에서 나를 다시 짓다

by 끄덕이다

사람이란 존재는,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나는 이번 관계를 통해서,

아니 그 관계의 끝자락에 다가와서야 비로소 이 사실을 온몸으로 느꼈다.


지금껏 수많은 인연의 바다를 건너왔지만, 이번만큼은 완전히 달랐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깊이는 예상치 못했고,

현실과 감정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흘러갔다.

나는 그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아니, 잃은 줄도 모른 채 더 깊은 심연으로 걸어 들어갔던 것 같다.


이별은 생각보다 갑작스러웠고,

그 이후에 밀려든 감정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

머릿속은 어지러웠고,

때로는 메스꺼움이 밀려왔으며,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서길 반복했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을까?”

“정말 모든 게 끝난 걸까?”

“그녀는 왜 나를 떠났을까?”


이런 질문들이 내 안에서,

쉼 없이 피고 지며 울려 퍼졌고, 내 안을 헤집었다.


나는 그 감정을 회피하지 않으려 했다.

때론 생각의 무게에 짓눌려, 주변의 시간마저 멈춘 듯했다.

그럼에도 나는 현실과 직면했고,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했으며,

계속해서 내 안에서 되새겼다.

그렇게 점점 더 깊은 내면으로 내려가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일렁이는 걸 느꼈다.


혼란, 혼돈, 불안정, 뒤섞임.


'사람'이란 존재는 원래부터 혼란과 혼돈 그 자체인 걸까.

그렇다면 나 역시 그런 존재인 걸까.

끝없는 사고와 꼬리를 무는 질문들 속에서,

문득, 예상치 못하게, 떠올랐다.


우주.


왜 떠올랐는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우주의 기원을 생각했다.


작은 점에서 시작된 우주도, 처음에는 혼돈에서 시작됐다.

그러다 혼돈의 균열이 생기며 폭발한다.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빅뱅이다.

무에서 유가 생겨나고, 혼돈에서 질서가 태어난 것이다.


사랑이 무너진 자리에서 나는 혼돈을 맞이했다.

하지만 혹시, 이 혼돈은 나만의 ‘우주 탄생’의 서곡은 아닐까?

아직 형태 없는 감정, 조각난 기억, 미완의 질문들 틈에서

나는 지금, 나만의 세계를 새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사랑 이후의 혼돈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다시 발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