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 빅뱅, 그리고 내 마음 속 우주

파편 속에서 나를 만나다

by 끄덕이다

혼란스러웠다.
이별은 끝이 아니었다.
감정의 끝이 아니라,
생각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문득,
나는 ‘우주의 탄생’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기묘한 연결이었다.
사랑이 끝났는데, 왜 하필 우주였을까?
돌이켜보면 사랑이 끝난 그 자리에 우주를 떠올린 건,
어쩌면 너무도 본질적인 통찰이었는지도 모른다.




우주의 시작은, 질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완전한 혼돈이었다.
모든 것이 무(無)였고, 시간도, 공간도 없었다.
그러다 아주 작은,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한 점에서
끝없는 에너지가 터져나왔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아는 빅뱅,

모든 것의 시작인 그 대폭발이었다.


그 이후로 우주는 지금도 계속 팽창하고 있다.
질서가 없던 공간에 별이 생기고,
은하가 생기고, 생명이 태어났다.


카오스 속에서 코스모스가 피어난 것이다.


나는 그와 똑같은 일을
내 마음 속에서 겪고 있었다.
사랑이 무너지고,
관계가 끝나고,
‘우리라는 세계’가 산산이 부서졌을 때,
그건 어쩌면,
‘나라는 우주’의 빅뱅이었는지도 모른다.




감정이 무질서하게 폭발했다.
슬픔과 분노, 원망과 후회, 미련과 공허함...
이 모든 감정이 한 번에 터져 나왔다.

아주 작은 사건처럼 보였던 그것들이
내 안에서는 거대한 우주의 중심이 되어 모든 것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파편들이 모두 날카롭지만은 않았다.
어떤 조각들은 어둠 속에서 반짝이며, 내게 새로운 시야를 비춰주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 조각들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더 분명하게 보기 시작했다.

내가 진짜로 원했던 것.
내가 두려워했던 것.
내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

나는 그 혼돈 속에서,
내가 미처 몰랐던 나의 일부를 발견하고 있었다.
마치 칠흑 같은 우주 속을 부유하던 먼지들이 모여
빛나는 별 하나를 만들어내듯이.

그제야 나는 알았다.
혼돈은 단순히 무질서하거나 혼란하기만 한 게 아니었다.
혼돈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이 혼돈은 결국 나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진짜 나를 이루는 재료가 되었다.

이것이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반쯤 잠든 자아 속에서
누군가에게 맞춰진 사랑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진짜 ‘나’는 그 빅뱅 이후에야 태어난 셈이다.




우주의 법칙은 인간에게도 통한다.
아니, 어쩌면 우주의 질서는
인간이라는 존재 안에서
매 순간 반복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만의 빅뱅을 겪으며 살아간다.
그게 이별이든, 실패든, 상실이든, 공허함이든.


그러니,
혹시 지금 당신이 혼란의 한가운데에 있다면...
자기 자신을 원망하지 않아도 된다.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단지 지금은 보이지 않을 뿐이다.
별은 언제나 어둠 속에서 태어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