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달리기는 여러모로 힘들다. 주말 동안 엉클어진 시간의 리듬을 다시 내 몸에 세팅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꾸역꾸역 일어나 몸을 풀지만 운동 전 제시간에 오는 화장실 신호가 오지 않은 경우도 많고, 몸도 마음도 찌뿌듯한 경우가 많다. 오늘도 여지없이 그런 날이었다.
일어나 세수하고, 거실에서 몸을 움직이다 보니 화장실 신호가 조금 온 것 같았다. 시원하진 않지만 그래도 화장실을 다녀왔기에 이제 밖으로 나갈 준비는 된 것이다. 문제는 달리고 2킬로 지점부터 찾아왔다. 전반적으로 몸이 무거웠지만 월요일이니까 그러려니 했다. 2킬로 지점을 넘어서면서 조금 이상했다. 배가 부글부글.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그때 과감히 돌아섰어야 했다. 어차피 절반 정도 왔으니 돌아가든 마저 뛰든 비슷한 거리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3킬로, 4킬로 지점까지 오니 점점 하늘이 노래지기 시작한다. 배속은 이미 부글부글을 넘어 난리를 치고 있다.
아.. 중년의 나이에 바지에 실수를, 그것도 큰 실수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침 강변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는 여러 사람들 앞에서 이 무슨 해괴망측한 상상이란 말인가...
달리면 출렁 거려 쏟아져 나올 것 같고, 걷자니 아직 남은 1킬로가 너무 멀어 보인다. 아... 이거야 말로 진퇴양난. 나는 살살 달리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참을 수 있다. 헉, 아니야 아니야, 이건 거짓 신호야. 아... 드디어 아파트 정문이 보인다.
겨우 도착한 엘리베이터. 다행히 혼자다. 오늘따라 속도는 한없이 더디고 우리 집 층수는 원망스러웠다. 마지막 관문, 내 뱃속은 총공격을 했다.!! 다리를 꼬고, 미친 듯이 막았다. 다 왔다. 다 왔어. 괜찮아. 다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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솨~~
아... 이 끝없는 안도감~~.
잘 싸웠다. 오늘의 이 소중한 경험을 잊지 말자 다짐한다. 월요일은 정말 여러모로 힘든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