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카사트의 회화에서 ‘모성’은 결코 자연적 본능으로 고정된 범주가 아니다. 그것은 근대 사회가 여성에게 부여한 역할, 그 역할을 지탱하는 감정과 노동, 그리고 그 노동을 둘러싼 권력관계가 서로 얽히며 형성된 사회적 구성체다. 그리젤다 폴록은 카사트의 작업을 읽어내는 과정에서, 모성을 감정의 문제로 축소한 기존 미술사의 서술 방식이 실제로는 모성의 정치성과 계급성을 지워버리는 구조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한다. 이때 카사트의 모성 이미지가 보여주는 것은 ‘어머니의 사랑’이 아니라, 근대 여성의 삶에서 모성이 어떻게 생산되고, 어떤 노동을 필요로 하며, 어떤 사회적 조건 속에서 유지되었는가라는 더 근본적 문제다.
19세기 유럽에서 모성은 일종의 이데올로기적 장치였다. 모성은 자연적이고 순수하며 헌신적인 것으로 표상되었고, 이러한 표상은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정당화하는 핵심 논리로 작동했다. ‘좋은 어머니’라는 이상형은 여성이 사적 공간에 머무르고, 감정이 풍부하며, 희생적이라는 규범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자연화’는 여성에게 부과된 역할을 은폐하는 방식으로 기능했다. 감정적 헌신으로 보이는 돌봄은 실제로는 일상의 반복 속에서 수행되는 신체적 노동이었고, 그 노동의 가치는 사회적으로 평가되지 않았다. 폴록은 이 과정을 “모성의 감정화가 곧 노동의 비가시화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명명한다.
이 지점에서 카사트의 재현 방식이 가진 급진성이 드러난다. 카사트는 모성을 감정적 상징으로 재생산하지 않는다. 그녀는 모성을 구성하는 행위들—지탱하기, 기다리기, 균형 잡기, 감각적으로 조절하기—속에 감정과 노동이 뒤섞여 있다는 사실을 시각적 언어로 복원한다. 폴록이 보기에 카사트의 모성은 감정의 과잉이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몸의 기술이 드러나는 구조적 장면이다. 모성은 자연적 기질이 아니라 신체적·감각적 학습이 필요하고, 그 학습은 특정한 시간성을 갖는다. 반복, 지속, 리듬을 통해 축적되는 돌봄의 시간이 바로 모성의 정동적 기반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카사트가 모성을 개별 여성의 심리나 기질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녀가 다루는 모성은 특정한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근대 여성 주체가 살아가는 구조적 조건을 드러낸다. 근대 사회는 여성을 공적 영역에서 배제하면서 돌봄의 책임을 여성에게 집중시켰다. 모성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분업 구조 속에서 여성에게 떠맡겨진 역할이었고, 그 안에서 여성은 파편화된 노동과 감정의 부담을 동시에 짊어졌다. 카사트는 이러한 구조를 직접적으로 폭로하지 않지만, 모성을 관계적 구조로 재배치함으로써 여성의 경험을 보편적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조건과 연결된 문제로 전환한다.
이 관계적 모성은 권력의 구조를 재조정한다. 전통적 모성 이데올로기가 ‘어머니는 주는 자, 아이는 받는 자’라는 비대칭 관계를 전제한 것과 달리, 카사트가 구성하는 모성은 상호적 관계다. 아이는 어머니의 감정적 부속물이 아니라, 관계의 템포를 함께 형성하는 하나의 주체이며, 두 존재는 서로의 몸과 감각을 조정하면서 관계를 지속한다. 폴록은 이 상호성을 통해 카사트가 “근대적 관계성의 윤리적 구조를 재발명했다”라고 평가한다. 즉, 모성은 일방적 헌신이 아니라, 서로를 조율하는 관계적 기술로 나타난다.
카사트의 모성 개념은 또한 계급적 구조를 비켜가지 않는다. 중산층 여성의 모성은 종종 하녀의 노동에 의해 유지되었지만, 사회적 서사는 이를 어머니의 자연적 헌신으로 치환했다. 카사트의 회화에도 하녀의 모습은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그 배제는 모성을 낭만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산층 여성의 경험이 어떠한 계급적 조건 위에서 구성되었는지를 드러내는 사회적 지표로 작동한다. 모성을 전유할 수 있는 감정적 시간은 계급적 여유 속에서 가능해진 것이며, 카사트는 그 여유를 통해 여성의 감정 구조가 어떻게 조형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그녀의 모성은 계급에 의해 가능한 감정의 조직 방식을 드러내면서도, 그 감정이 노동의 구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잊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카사트가 재구성한 모성은 자연적 본질이 아니라, 근대적 사회 속에서 여성의 주체성이 구성되는 핵심적 장치다. 감정, 노동, 신체 기술, 관계 윤리가 결합된 복합적 구조로서의 모성은 더 이상 여성의 ‘천성’이 아니라 근대적 삶을 지탱하는 핵심적 사회적 메커니즘이다. 폴록의 해석은 카사트의 회화를 통해 모성의 본질주의적 구조가 해체되는 과정을 드러내며, 모성을 여성적 감수성의 산물로 축소해 온 기존 미술사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만든다.
결국 카사트가 보여준 모성은 단일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것은 감정의 구조이자 노동의 패턴이며, 사적 공간의 리듬이자 근대적 관계성의 윤리를 드러내는 구조다. 카사트의 회화는 모성을 낭만화하지 않으면서도, 모성 속에 포함된 감정·노동·윤리의 층위를 가시화함으로써 여성의 경험이 근대 사회의 핵심 구조임을 시각적으로 선언한다. 폴록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재정의 야말로 근대 여성 경험을 다시 읽는 데 필요한 시각적·정치적 전환이며, 카사트는 그 전환의 언어를 미술 안에서 발명한 예술가로 자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