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작가상, 언메이크랩>
언메이크랩의 작업 앞에서 우리는 자주 길을 잃는다. 그것은 방향 감각의 상실이라기보다, 너무 익숙했던 길이 갑자기 의심스러워지는 경험에 가깝다. 인공지능이 제시해 온 ‘미래’는 언제나 명확한 화살표를 가지고 있었다. 더 효율적으로, 더 안전하게, 더 예측 가능하게. 그러나 언메이크랩은 그 화살표를 꺾는다. 그리고 묻는다. 정말 그 방향이 유일한가, 혹은 가장 폭력적인가.
최빛나와 송수연으로 구성된 언메이크랩은 인공지능을 도구로 사용하지만, 결코 그것을 신뢰하지 않는다. 동시에 기술을 단순한 비판의 대상으로 밀어내지도 않는다. 그들이 겨냥하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자연스럽다고 믿게 된 세계 인식의 구조다. 인공지능은 여기서 미래를 계산하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 중심적 사고가 얼마나 취약하고 편향적인지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시시포스의 변수〉(2021/2024)는 이들의 전략이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작업이다. 인공지능에게 인간과 돌의 관계를 역전시키는 조건을 부여했을 때, 학습된 세계는 즉시 혼란에 빠진다. 인간이 중심이 되지 않는 상황, 사물이 주체가 되는 조건은 AI의 인식 체계를 붕괴시킨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기술의 무능이 아니라, 그 기술이 얼마나 인간 중심적 전제 위에 구축되어 있었는가 하는 사실이다. 언메이크랩은 이 붕괴의 순간을 유머와 아이러니, 그리고 약간의 섬뜩함으로 포착한다.
그들이 말하는 ‘데이터셋-팅’은 단순한 기술적 조작이 아니다. 이는 데이터를 문화적 재료로 다루는 사변적 실천이다. 재난의 현장, 신화의 영역에서 수집된 이미지들은 인공지능 학습의 기반이 되며, 엉뚱하고 뒤틀린 결과물을 낳는다. 핫도그로 인식되는 케첩 뿌린 돌, 인간의 세계를 닮은 동물의 초상은 웃음을 유발하지만, 동시에 불안한 질문을 남긴다. 우리가 ‘정확하다’고 믿어온 인식은 과연 누구의 세계를 기준으로 삼고 있었는가.
언메이크랩은 이러한 결과를 ‘비미래’라 부른다. 비미래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가 아니라, 당도하기도 전에 이미 좌초된 시제다. 예측 가능한 미래라는 믿음이 오히려 현재의 파국을 가속하는 역설적 시간. 이곳에서는 피할 수 있는 장소도, 대체 가능한 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비미래는 기술이 제시하는 이상향의 그림자이며, 인간의 욕망이 끝내 어긋나고 마는 자리다.
이 전시에서 예술은 해답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예측의 제약을 드러내는 실험적 신탁으로 기능한다. 언메이크랩은 AI가 놓친 세계를 다시 감각하게 만들며, 기술과 인간, 생태계 사이의 긴장을 그대로 유지한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기술 사회의 충동에 맞서, 그들은 불확실성을 하나의 조건으로 남겨둔다.
전시의 마지막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땅따먹기다. 목표를 향해 직선으로 나아가는 대신, 칸과 칸 사이를 이동하고, 돌아가며, 때로는 멈추는 놀이. 돌이 닿지 않은 자리는 실패가 아니라 다음 가능성을 위한 여백이다. 언메이크랩의 작업 역시 그렇다. 그들은 미래를 점령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디에 돌을 던질 것인가, 그리고 그 돌이 그려낼 궤적은 얼마나 예측 불가능한가.
언메이크랩의 ‘비미래’는 절망의 선언이 아니다. 그것은 예측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탈주로, 기술이 미처 계산하지 못한 세계의 틈을 드러내는 조용한 반란이다. 그리고 그 틈에서, 우리는 비로소 다른 방식의 상상을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