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신발 위에서 배우는 법

뮤지컬 <킹키부츠>

by 말하는 돌

뮤지컬 〈킹키부츠〉는 흔히 다양성과 연대, 자기 긍정의 이야기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 작품을 찰리 프라이스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서사는 조금 다른 깊이를 획득한다. 이 작품은 단순히 ‘다름을 받아들이는 법’을 말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물려받은 세계를 어떻게 다시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찰리는 혁명가도, 처음부터 열린 인물도 아니다. 그는 실패를 물려받은 인물이며,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찰리는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공장을 상속받는다. 그러나 이 상속은 유산이라기보다 부채에 가깝다. 무너져 가는 구두 공장, 더 이상 팔리지 않는 전통적인 남성 구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켜야 한다는 이름 없는 의무. 찰리는 아버지를 존경했지만, 그가 남긴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찰리에게 ‘가업’이란 자부심이 아니라 부담이며, 선택이 아니라 떠밀림에 가깝다. 이 작품에서 찰리는 처음부터 무엇을 바꾸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그는 단지 망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그래서 찰리의 변화는 언제나 늦고, 더디고, 자주 실패한다. 그는 롤라를 만나지만, 곧바로 열린 태도를 갖게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끊임없이 계산한다. 이 아이디어가 공장을 살릴 수 있는가, 직원들을 지킬 수 있는가, 자신이 책임져야 할 숫자는 무엇인가. 찰리의 세계에서 다양성은 가치 이전에 위험이며, 감동 이전에 손익의 문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킹키부츠〉는 도덕적인 교훈극이 되기를 거부한다. 찰리는 ‘옳은 선택’을 하기보다,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반복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롤라와의 협업은 찰리에게 예상치 못한 균열을 만든다. 롤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타협하지 않고,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이 단단함은 찰리에게 불편함을 준다. 왜냐하면 찰리는 늘 증명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아들이어야 했고, 무능하지 않은 사장이어야 했고, 책임지는 어른이어야 했다. 롤라의 존재는 찰리에게 묻는다. 너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애쓰고 있는가?


찰리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다름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결과일 뿐이다. 그의 진짜 변화는 책임의 방식이 달라지는 순간에 있다. 처음의 찰리는 과거를 보존하려 한다. 아버지가 지켜온 공장, 전통적인 방식, 익숙한 질서. 그러나 그는 점점 깨닫게 된다. 과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반드시 존중은 아니라는 사실을. 때로는 무너진 것을 인정하고, 형태를 바꾸는 것이야말로 진짜 계승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 깨달음은 찰리를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실수하며, 여전히 흔들린다. 특히 롤라와의 갈등에서 드러나는 찰리의 이기심은 이 인물을 미화하지 않는다. 그는 상처를 주고, 말로 상대를 밀어내며, 자신의 두려움을 타인의 존재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이 실패의 장면들이야말로 찰리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찰리는 완성된 주체가 아니라, 변화 중인 인간이다.


공연의 후반부에서 찰리가 선택하는 것은 성공 그 자체가 아니다. 그것은 ‘어떤 세계를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태도에 가깝다. 그는 더 이상 아버지의 그림자 속에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과거를 부정하지도 않는다. 찰리는 자신이 물려받은 것을 다른 형태로 계속되게 할 방법을 선택한다. 이것은 혁신이라기보다 전환이며, 배신이 아니라 재해석이다.


그래서 〈킹키부츠〉의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단순한 해피엔딩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문제가 해결된 세계가 아니라, 다르게 버틸 수 있게 된 세계다. 찰리는 더 이상 혼자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불안을 인정하고, 타인의 다름을 위협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받아들인다. 이 변화는 화려하지 않지만, 현실적이다.


찰리 프라이스는 우리와 닮아 있다. 그는 처음부터 옳지 않고, 쉽게 용감해지지 않으며, 늘 한 박자 늦게 이해한다. 그러나 그는 도망치지 않는다. 무너진 신발 위에 다시 서는 법을 배운다. 〈킹키부츠〉가 끝내 감동적인 이유는, 이 작품이 ‘다름을 사랑하라’고 말해서가 아니다. 사랑하기 전에 먼저 책임지는 법을 묻기 때문이다. 그리고 찰리는 그 질문 앞에서, 완벽하지 않은 방식으로나마 끝내 응답하는 인물로 남는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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