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신체와 조화의 미학

김흥수: 탐미의 일월

by 말하는 돌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김흥수: 탐미의 일월》을 관람하며 가장 먼저 감각되는 것은 ‘누드’의 존재감이다. 전시장은 여성 신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 몸은 단순한 인물 재현을 넘어 조형적 탐구의 장이 된다. 이 전시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김흥수가 말한 ‘탐미’는 무엇을 향하고 있었는가.


김흥수의 회화에서 여성 누드는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주의적 재현이나 고전적 이상미의 답습이라기보다, 신체를 통해 조형의 균형과 리듬을 실험하는 장치에 가깝다. 유려하게 이어지는 곡선, 면과 선의 교차, 색채의 대비는 몸을 해체하고 다시 구성한다. 신체는 대상이면서 동시에 구조이며, 이미지이면서 동시에 리듬이다.


이 지점에서 그의 조형 이론인 하모니즘(Harmonism)이 중요해진다. 김흥수는 동양 철학의 음양 사상을 시각 언어로 번역하며, 서로 다른 요소의 공존과 조화를 추구했다. 누드는 그 이론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매개다. 부드러움과 긴장, 빛과 그림자, 볼륨과 평면, 감각과 구조가 한 화면 안에서 교차한다. 여성 신체는 ‘아름다움의 대상’이자 ‘조형적 균형을 실험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전시 제목 ‘일월’은 해와 달의 상징을 통해 음과 양의 관계를 암시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음양적 사유가 종종 여성 신체를 통해 시각화된다는 것이다. 화면 속 몸은 단순히 관능적 대상이 아니라, 서로 다른 힘이 공존하는 장으로 제시된다. 곡선은 직선을 보완하고, 따뜻한 색은 차가운 색을 견제한다. 그 조화의 긴장이 바로 김흥수가 말한 ‘아름다움’의 핵심이다.


그러나 동시에 질문도 남는다. 여성 누드를 중심으로 한 미학은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것은 이상화된 육체에 대한 동경인가, 아니면 형식적 실험을 위한 조형적 도구인가. 김흥수의 작품은 여성 신체를 통해 조화를 이야기하지만, 관람자는 그 시선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필요도 있다. 신체는 누구의 시선 아래 놓여 있는가,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김흥수: 탐미의 일월》은 결국 감각의 전시이면서 동시에 균형에 대한 철학적 제안이다. 여성 누드는 그 탐미적 세계의 중심에 서 있다. 하모니즘은 그 몸을 통해 조형적 질서를 모색한다. 이 전시는 묻는다. 아름다움은 조화 속에서 완성되는가, 아니면 조화를 가장한 긴장 속에서 빛나는가. 관람자는 그 질문을 안고 전시장을 나서게 된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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