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숨결, 가족의 초상

수잔 발라동과 가족 초상화

by 말하는 돌

수잔 발라동은 자신의 삶을 이루는 네 개의 기둥을 한 화면 안에 세웠다. 젊은 연인 앙드레 우터, 자기 자신, 어머니 마들렌 발라동, 그리고 아들 모리스 위트릴로. 그러나 그들은 나란히 서 있으면서도 서로를 보지 않는다. 시선은 어긋나고, 표정은 제각각이며, 그 틈새로 발라동의 불안정한 가정사가 스며든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각자는 고유한 고립과 심리적 거리를 지닌 채 서 있다.


그들을 감싸는 것은 한 폭의 강렬한 노란 커튼이다. 황금빛 천은 얼굴과 의상의 선을 날카롭게 드러내고, 화면 전체에 뜨겁고 묘한 긴장감을 번지게 한다. 그 빛은 마치 오래된 갈등과 은밀한 상처 위로 들이치는 햇빛처럼, 숨겨진 내면의 불안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한다. 발라동 특유의 굵고 단단한 윤곽선, 채도가 높은 색채는 사실적 묘사 속에서도 강렬한 회화적 존재감을 만든다.


뒤편에서 가장 깊은 주름을 지닌 얼굴, 마들렌 발라동. 그 주름은 세월과 노동이 남긴 산맥 같다. 평생을 생존의 무게로 눌린 표정, 약간 굽은 어깨. 그녀는 발라동의 삶의 기원이자, 가난이라는 숙명을 증언하는 사람이다. 그림 속에서 마들렌은 가장 뒤에 서 있지만, 황금빛과 검은 옷의 대비 속에서 누구보다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그 앞에 선 발라동은 스스로를 중심에 둔다. 푸른빛이 감도는 드레스, 가슴 위로 올린 손, 그리고 정면을 뚫는 시선. 그것은 단순한 자화상이 아니라, ‘가족의 중심이며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은 나’라는 선언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시선 속에는 권위만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상처를 지닌 딸, 불안정한 사랑과 모성을 동시에 감당해야 했던 여인의 결기가 숨어 있다.


왼편에 선 앙드레 우터는 스물네 살이나 어린 연인이다. 발라동에게 그는 열정과 동반자였지만, 세간에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그의 눈은 멀리, 이상적인 어딘가를 향한다. 가족의 무게 속에 발을 붙이지 않겠다는 듯한 표정이다.


화면 하단, 팔꿈치를 무릎에 얹고 턱을 괴고 있는 남자, 모리스 위트릴로. 어머니의 사랑과 기대를 받았지만, 그 기대는 무거운 짐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술에 물든 그는 종종 길을 잃었고, 어머니와의 관계는 애정과 갈등을 오갔다. 그림 속에서 그의 어깨는 낮게 기울고, 시선은 힘 없이 떨어져 있다. 그는 이 ‘가족 초상’ 속에서 가장 약한 축이자, 발라동의 모성과 죄책감을 동시에 자극하는 존재다.


이 네 사람의 배치는 발라동의 삶을 그린 지도 같다. 뒤편의 어머니는 과거, 중앙의 자신은 현재, 왼편의 연인은 불확실한 미래, 아래의 아들은 붙잡기 어려운 현재진행형의 문제. 그들 사이에 흐르는 것은 화합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당기는 장력이다. 발라동은 이 장력을 숨기지 않는다. 황금빛 커튼은 무대 장치처럼 이 가족을 한 틀 안에 묶지만, 그 속의 인물들은 각자의 고독을 안고 서 있다.


〈가족 초상〉(1912)은 단순한 혈연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가난과 결핍 속에서 형성된 가족, 사랑과 의무, 자유와 책임 사이에서 흔들린 한 여성의 삶의 단면이다. 발라동의 삶은 결혼과 이혼, 동거와 재혼, 어머니와 아내, 연인이라는 역할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장이었다. 안정된 울타리 대신, 그녀의 가정은 긴장과 애정, 갈등과 거리감이 동시에 숨 쉬는 현장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가족 초상화에는 부르주아적 ‘이상’이 없다. 온화한 미소, 시선의 교환, 위계에 따른 자리 배치 대신, 각자는 서로 다른 표정과 방향을 유지한다. 때로는 눈길이 맞지 않고, 몸의 각도는 어긋나 있으며, 색채는 따뜻함과 냉기를 교차시킨다. 발라동은 가족을 하나의 이상적 이미지로 봉합하지 않고, 그 복잡한 결과 거리를 있는 그대로 화폭에 남겼다.


불완전하고 변화무쌍한 가족의 형태 속에서, 발라동은 혈연이나 제도보다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드러나는 개인들’을 그렸다. 그래서 이 초상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한 가족이 공유하는 공기와, 그 공기 속에서 다른 온도로 숨 쉬는 개별 존재들의 초상이다. 네 사람의 표정은 서로 닿지 않지만, 오히려 그 사이의 거리와 긴장 속에서 발라동의 삶과 예술은 가장 강렬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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