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을 여인의 초상

수잔 발라동의 마지막 이야기

by 말하는 돌

몽마르트르의 언덕 위, 나는 두 남자와 함께 살았다. 술에 기대어 붓을 잡던 아들 모리스, 그리고 나보다 스물한 살이나 어린 연인이자 남편, 동시에 나의 매니저였던 앙드레 우터. 사람들은 우리 셋을 두고 “저주받은 삼위일체”라 불렀다. 사랑과 증오, 예술과 술, 화해와 파국이 얽혀 있는 집. 웃음과 울음, 포도주와 물감 냄새가 뒤섞이던 그 공간에서 나는 어머니이자 연인, 화가이자 심판자로 자리를 바꿔가며 버텼다.


모리스는 나의 연인을 질투했고, 앙드레는 모리스를 친구로 품으려 했으나 끝내 벽을 허물지 못했다. 우리는 서로의 상처이자 동시에 구원이었고, 그 긴장은 젖은 매듭처럼 풀리지 않은 채 남았다. 사람들은 ‘저주받은’이라는 이름을 조롱처럼 던졌지만, 나는 그것이 우리의 운명을 꿰뚫은 말이라 생각했다.


모리스는 내 사랑을 온전히 받지 못한 채 늘 허기졌고, 나는 어린 남편과 아픈 아들을 품으면서도 스스로 화가로 서고자 했다. 앙드레는 나보다 아들에게 더 기울어진 내 마음을 견디며,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내 예술혼을 바라보아야 했다. 그러나 그 불안정한 삶이야말로 나를 단련시켰다. 흔들리는 집은 폭풍 속의 등대 같았고, 그 불안한 빛 속에서 나는 전통을 거스른 여인으로 거듭났다. 모리스는 술기운 속에서도 몽마르트르의 풍경을 남겼고, 앙드레는 식어가는 사랑 속에서도 끝내 나의 초상을 그려냈다.


세상은 우리를 곱게 보지 않았다. 나의 두 번째 결혼은 결국 1926년에 끝났고, 모리스는 뤼시 발로르와 결혼했다. 남편도 아들도 곁을 떠나자 내게 남은 것은 오직 그림뿐이었다. 그리고 일흔셋의 봄날, 나는 캔버스 앞에서 쓰러졌다. 붓을 놓은 순간 내 생은 멈췄으나, 나의 그림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몽마르트르의 뮤즈에서 예술가로 거듭났다. 여성에게 부여된 한계를 거침없이 부수며 세상으로 돌진했다. 작은 체구에서 솟구친 힘은 결국 사라졌으나, 내 그림은 여전히 불합리한 관습을 향해 맞서 싸우는 흔적으로 남았다. 내 삶은 유한했으나, 내 예술은 불멸의 시간을 걷는다.


“나는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고집스러운 붓질로 캔버스를 채웠다. 그 집념이야말로 나를 지탱하는 숨결이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자신의 예술을 진정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나, 마치 생을 건 고집처럼 같은 불굴의 열정으로 그림 앞에 선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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