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영&정규환] 그들이 사는 세상

by Malang magazine

그들이 사는 세상

김찬영&정규환

2018년 10월 홍은동 (2).jpg


그들을 “오 년의 연애와 세 번의 배낭여행.” 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모든 인간관계는 똑같을 수가 없다. 스타일이 다르니 당연 답을 찾아가는 방법이 제각각 일 테니까. 직장을 여섯 번 그만둔 규환 씨, 그리고 한 직장을 육 년 동안 다닌 찬영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너무나도 다른 생활을 하지만 하나의 삶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그들은 서로의 다름을 어떻게 공감할 수 있게 되었을까. 인권 단체 대표 김찬영 씨, 그리고 프리터 족 정규환 씨를 함께 만나보자.


현재 애인과 동거중인데요, 동거를 결심하기란 쉽진 않잖아요. 처음에 동거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찬영) 규환씨가 대학졸업하고 2015년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는데요.

‘같이 잘 살 수 있을까?’ 라는 소프트웨어적인 부분보다는 생활적인 측면에서 시작되었어요.


첫 만남을 회상한다면?

(규환) 4살 연상의 애인, 바깥양반(찬영 씨)을 게이인권단체 활동을 통해 만나 5년 동안 연애 중이에요. 같이 살면서 서로 시너지 낼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찬영) NGO단체 활동가로 왔을 때, 이상형이 서점에서 일하고 섬세한 눈매를 가진 사람이었대요. 그땐 둘 다 서로 만나는 사람이 있었는데 1,2년 이후에 헤어지고 타이밍이 적절했던거죠.


같이 살면서 기본적인 생활에 대한 고민도 꽤 있을 것 같아요.

(규환) 맞아요. 주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요, 제가 일을 쉬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집에서 텃밭도 하고, 바질페스토도 만들고, 오이 피클 만들고, 상추 키워서 먹는다거나 하면서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어요.

(찬영) 규환씨가 생활적인 부분의 감각을 익히고 있어요. 의식주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니까요.


2014%EB%85%84_9%EC%9B%94_%ED%95%B4%EC%9A%B4%EB%8C%80.jpg?type=w1


5년 이라는 시간이 꽤 긴 시간이잖아요. 특히 함께 산 시간이 오래되면 함께 쌓아 온 추억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점들을 많이 느끼게 되잖아요. 서로의 관계에 있어 권태기라든지 힘든 시기가 없었어요?

일주일동안 도쿄여행 갔다 오면서 서로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다른 스타일임을 더 알 수 있게 되었어요.

각자의 모습이 더 잘나오는 것 같아요. 하지 못하는 걸 하게 되고 상대방 때문에 하게 되고,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죠.서로 지금 삶의 현장이 다르기 때문에 대리만족하고 있는 것 같아요.


▶ 달라서 서로를 보며 이해하고 대리만족 할 수 있는 것. 참 예뻐요. 진부한 질문이지만...

당신에게 규환이란?

(찬영) 좋은 사람이에요. 애정, 사랑이라는 말보다 좋다는 말이 저는 가장 진득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사람과 함께 있고, 보내왔던 시간들이 좋다, 좋은 시간이고, 좋은 공간이 있고.


당신에게 찬영이란?

(규환) 보살이죠. 제 입장에서는, ‘신’의 영역처럼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지?참을성이 많고 조신하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사람이죠.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만 하고 싶어하는데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찬영씨에요. 우리사회에 정말 필요한 사람이 찬영씨 같은 사람 아닐까요?(웃음)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판단하지 않는 것.

2018년 5월 도쿄.jpg


완전히 나와는 다른 타인을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내 삶과 그의 삶을 함께 녹여내는 것.

다른 생활을 하지만 하나의 삶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


규환씨는 연애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에 안 들어도 순간순간에 ‘너’ 가 문제라고 얘기하지 않고 ‘나’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라 한다.

순간적으로 감정적인 상태가 되어 방어기제가 작동했을 때 그것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


찬영씨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해주는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애를 오래 하다보면 권태로울 때도 있지만 그럴 때 일수록

타인을 나에게 맞추려고 하기 보다는 그 사람 자체로 존중하고 묵묵히 내 삶을 지켜나가며 건강한 관계를 갖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찬영씨와 규환씨,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서로를 존중해주는 관계가 얼마나 아름다운 지, 설명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서로 판단하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김찬영] 다름을 인지하는 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