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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복 Oct 01. 2024

우당탕탕 도전 일지? 우당탕탕 실패 일지!

실패해도 괜찮아!

 

 도전


 이 단어에 누군가는 설레고 들뜨는 벅찬 두근거림을, 누군가는 두려움과 불안의 두근거림을 느낀다. 나는 대체로 후자에 가깝다. 여기에 더해 숨이 턱 막히기까지 하다. 늘 하던 일들도 도전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순간 뭔가 해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미끄러지기 일쑤다. 그러니 새로운 일에 도전이라는 거창한 단어까지 붙여주는 건 나에겐 갑자기 레벨 999짜리 퀘스트를 주는 거나 다름이 없다.


 어렸을 때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딱히 꿈은 없는데요?"하고 거들먹대던 단순 노동자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 안에 욕망덩어리를 꼭꼭 숨겨 놓고선 도전할 필요 없는 인생을 살아왔다. 아니, 그렇게 살아왔었다. 지금은 "내 꿈은 그림 그리며 사는 거예요."하고 이곳저곳 떠벌려놨으니 무를 수 없는 노릇이다. 후회는 없다. 덕분에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으니까.


 꽤 오랜 시간 동안 내가 잘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애매한 재능이 아니라, 재능이 차고 넘쳐서 손대는 것마다 잘 해냈으면 좋겠다고. 이제는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다는 쓰디쓴 진실을 알아버렸다. 그래서 희망 사항을 슬그머니 바꿔 두었다. 내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꾸준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여기에 욕심을 더 부리자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매 순간 나아가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하지만 슬프게도 나는 도전이 두렵다. 내가 잘난 사람이 아니라는 게 들통날 것 같아서.


 그것보다 더 두려운 것도 있다. 잘난 사람이 아닌데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게 들통나는 순간이다. 꿈이 있다고, 계속해서 나아가겠다고 이리저리 나불대놓고는 체력과 멘탈 관리라는 명목하에 휴식을 제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게 들통나면 무척 부끄럽겠지. 그렇지만 이마저도 써 내리고 마는 건 어쩔 수 없이 내가 타인의 시선에 너무 민감한 탓이다. 혼자서는 쥐뿔도 노력하지 않지만, 부끄러운 사실을 말하고 나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진다.




 다행히도 그건 내가 지속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타인에게 내 부족함에 대해 알리고, 그래서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나면 대체로 그렇게 한다. 이 방법을 터득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으므로 얼마큼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른다. 실제로도 '대체로'인 이유는 해내지 못해 부끄러운 기억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유일하게 아는 방법은 역시 나불대는 거다.


 이 방법이 내게 유효하단 걸 올해 초 콜로소 환급 챌린지를 통해 깨달았다. 강의 플랫폼의 챌린지인데, 미션을 모두 수행하면 강의료를 환급해 주는 이벤트였다. 60일간 거의 매일 강의를 듣고 후기를 남기고, 격주로 과제도 수행하고, 최종 과제도 제출해야 하는데 가이드라인도 상당했었다. 챌린지가 끝나던 날에는 눈물도 핑 돌았었다.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또 못 해낼까 봐 두려웠었다. 그래서 챌린지를 시작하면서 친구한테 부탁했었다.


 "나 이거 성공하고 싶은데, 달성하기 어려울 것 같아. 환급받으면 너한테도 나눠줄 테니까 내가 잘할 수 있게 옆에서 계속 체크해 줄래?"


 친구는 종종 잊었지만, 나는 환급받아 떵떵거리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었다. 이 말인 즉 친구에게 공표한 사실 자체가 동력이 되었었다. 그리고 정말로 친구에게 패딩 사는 데 보태라며 돈을 나눠주던 날 우리는 두 손을 맞잡고 말 그대로 방방 뛰었다. 친구는 이후에도 그 값보다 더 큰 선물을 해주었으니 우리 우정은 더 돈독해지기까지 했다. 이런 게 창조경제인가?


  솔직히 고백하건대 결과가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때 제출한 과제물들을 보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래도 그 경험이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깨닫게 해 주었다. 그날 이후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희미해질 때면, 그 기억을 끄집어낸다. 아이 캔 두 잇!




 갑작스레 얘기하자면 사실 도전이라는 단어만큼이나 처음이라는 단어도 무섭다. 처음 접하는 모든 것들에 낯을 많이 가린다. 올해 2월에 이사했는데 9월이 된 지금도 집과 안녕하지 못하다. 그러니까 하다 하다 집에도 낯을 가릴 정도의 내향인인 거다. 우리 집은 분리형 원룸의 구조로 방과 작업실을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사 온 2월부터 3월까지 약 한 달간 작업실에 정을 못 붙였다. 매일 오가는 곳인데도 어색해서 한 달 정도는 밖을 배회했는데, 이사 온 동네와도 낯을 가려서 하루 종일 집 근처만 방황하다 들어오기 일쑤였다. 그나마 마음이 잘 맞는 카페가 있어 거의 매일 그 카페에 다녔다. 지금도 그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처음도 무서워하고, 도전도 어려워하니까 '새로운 시도'에 경기를 일으키는 건 그다지 놀라울 일은 아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프리랜서 작가의 길을 택해버렸다. 수입도 불안정하고, 나서서 나를 영업해야 하고, 매번 새로운 클라이언트와 일들에 맞부딪치며 스스로 성장해야만 하는 무시무시한 독립의 길 말이다. 지난 2년간 매일 울고불고 불안과 싸우며 체력도 멘탈도 다 소진해 버린 건 당연지사다. 하지만 빈털터리가 됐더라도 다시 일어나야만 회사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나는 내가 지속하는 방법을 안다. 그건 해내는 방법이기도 하다. 타인에게 내가 할 것에 대해 알리는 것이다. 눈치 빠른 분들은 이 글의 얍삽한 의도를 눈치챘을 것 같다. 이 도전일지는 그래서 만들어졌다. 누구나 처음이 있다면서요? 저는 그 처음이 제일 무서운 사람일 뿐입니다. 저 도전할 거니까 좀 지켜봐 주시면 안 될까요? 하고 뻔뻔하게 모니터 뒤에 숨어 키보드를 두드린다.


 글쓰기마저 새로운 도전이다. 글쓰기에 입문하기 위해 강의를 신청한 게 8월, 그 후로 브런치에 작가 신청서를 내밀고 도전일지라는 매거진을 만드는 데 한 달이 넘게 걸렸다.


 그러니 이 모든 건 도전의 도전에 의한, 도전을 위한….




 점점 무를 수 없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도 많이 얘기하고 다녀서 어디에 또 남아있는 지도 몰라 남몰래 삭제하기도 어렵다. 마침내 이 글도 등록되는 순간 꾸준히 도전을 기록하겠다는 도전이 하나 더 시작된다. 조회수가 낮으면 해이해질지도 모르니 통계도 최대한 보지 않을 작정이다(아예 안 보겠다고 쓰다가 그건 못 지킬 것 같아서 수정했다). 어쩌면 이 도전 일지가 내게 무한한 동력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아, 이 도전 일지의 목적은 실패의 연습이기도 하다. 꾸준히의 힘을 알게 된 날로부터 아직 1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새겨진 게 있다. 꾸준히라는 건 매일 성공하는 게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그냥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이걸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나 같은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실패해도 괜찮다는 사실이다.


 오늘 하루 실패해도 내일 다시 일어서면 된다.




 언젠가부터 걷다 멈추더라도 다시 걸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이 길을 계속 걸어왔다. 그렇게 제법 프리랜서치고는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해 왔는데, 3년이 채 되기도 전에 혹독한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 하필이면 겨울에 가장 취약한 인간이라 미리 준비해 왔지만 느껴진다. 이 정도 준비로는 어림도 없다. 그래서 공모전이며 지원사업이며 다급하게 도전할 거리를 찾고 있었다. 도전이 많다는 건 실패도 많다는 뜻이므로 벌써 다리가 욱신거린다.


 어쩔 수 없다. 이제는 걷다 넘어짐으로써 부족함을 알아채고 보완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니까 정말 조상님 말씀 틀린 게 하나 없다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맞다. 실패함으로써 미숙함과 마주하고, 부족한 부분을 고쳐나가며 성공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뿔싸, 성공이라는 단어를 쓰자마자 심장이 두근댄다. 성공이라는 단어는 잠시 보류한다. 그저 실패를 도전하는 기록을 남기고, 그 기록을 재차 살펴보며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장' 정도를 기대한다. 솔직하게 쓰고 나니 마음이 진정된다. 성장마저도 소확성이라니 나답다.




 "그래서 뭘 도전하실 건데요?"


 주절주절 산으로 간 배를 다시 돌려세운다.


 욕망의 상자에 글자들이 꽉 차 있어 고르고 꺼내는 데만도 한참이 걸렸다. 최대한 추려보니 공모전, 지원사업, 개인 만화, 강의가 나온다.


 10월에 도전하고 싶은 공모전이 두 개 있다. 이것도 혼자서는 분명 흐지부지될 것 같아 지인 두 분께 하루 날 잡아서 해치워버리자고 모셨다. 올해 내로 연재를 시작하고 싶은 개인 단편 만화도 있다. 단편 만화의 연재처도 브런치로 정했다(고 썼으니 연재해야만 한다.). 개인 단편 만화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내년 지원사업에 낼 포트폴리오가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즉 내년 초에는 지원사업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강의는 늘 마음속에 품고만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해야 할 것 같아서 인스타 스토리로만 살짝 공개해 봤었다. 스토리는 24시간 후 사라졌으므로 여기 내 속내를 남겨 놓는다.


 첫 번째 글이 공모전일지 개인 만화일지 강의 준비일지는 모르겠다. 이미 모두 아주 조금씩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의외로 내년도 지원사업 이야기로 시작할 수도 있다. 뭐든 일단 기록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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