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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콤 Aug 25. 2022

디자이너에게 메타인지가 필요할 때

더 나은 디자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하여




1. 대상을 명확하게 인식하기 위한 메타인지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의 통찰이 담긴 유명한 말이다. 아마 우리 대부분은 지겹도록 저 말을 들어왔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모르는지 나의 지적인 상태를 돌아보라는 뜻으로, 지금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실제로 옳은지, 옳지 않은지 자기가 기존에 생각하고 있는 기준을 벗어나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메타인지 능력이라고 한다.


디자이너로서 내가 무엇을 아는지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 왜 중요할까?




2. 생각하기, 생각하고 있음을 깨닫기

우리는 사과를 무의식적으로 인지한다.


우리가 사과를 볼 때, 우리는 사과를 무의식적으로 인지한다. 보통은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인지가 이루어진다.

이 사과는 맛있어 보인다.


메타인지에 익숙한 사람은 이미 인지한 것을 이렇게 의도적으로 재-인지한다.

나는 이 사과를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구나.


무엇이 다른가? 나는 이 사과를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구나라고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을 토대로 다음 단계로 사고를 전진할 수 있다.

a. 나는 왜 이 사과가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했을까?
b. 무엇이 나를 이 사과가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도록 유도했을까?(색깔, 빛, 공간, 배고픔, 사과를 준 사람 등)

c. …이 사과는 실제로 맛있는 사과일까?


사과가 아닌 대상에도 재-인지를 적용할 수 있다. 우리에게 조금 더 익숙할 다른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이 버튼은 솔리드 버튼으로 하는 게 좋겠어.


그러면 다음으로 이런 생각이 이어질 수 있다.

a. 나는 왜 이 버튼을 솔리드 버튼으로 하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했을까?
b. 무엇이 나를 이 버튼이 솔리드 버튼인 게 적합하다고 생각하도록 유도했을까?(버튼의 목적, 주변 컴포넌트의 크기, 색, 뷰포트 백그라운드의 이미지, 페이지의 목적 등)

c. …이 버튼이 솔리드인 게 실제로 적합할까?


생각을 시안이라고 생각해 보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쉽다. 디자이너라면 보통 여러 가지의 시안을 만드는 것에 익숙한데, 처음 제작한 시안이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경우는 별로 없다. 다양한 요구조건을 고려하여 점점 시안을 발전시켜 나가다 보면 결국엔 좋은 것이 나오기 마련이다.

생각 비슷하다. 여러 조건들을 고려하다 보면 처음에 맞다고 생각한 것이 나중에는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인지 프로세스 맨 처음 생각한 것의 노이즈를 계속 제거해 나가는 연습을 하다 보면  가지 가치에 매몰되지 않고 문제를 넓은 시야로   있다.






솔직하게 말해서, 디자이너로 살면서 가치중립적으로 내 결과물을 바라보기가 참 어렵다. 나의 경우에도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내가 제작한 시안에 나름대로 애정이 붙게 되고, 이것을 가지고 다른 디자이너나 개발자와 논의하게 되면 본의 아니게 방어적인 태도가 드러날 때도 있다.


극단적으로 자신의 디자인 결과물을 방어하려는 태도는 우리를 커뮤니케이션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느껴지게 한다.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프로덕트 또한 좋은 질을 유지하기 어렵다.




3. 가치중립적인 디자인 사고방식

굳이 가치중립적인 시선을 가져야 하냐고 의문을 가지는 디자이너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치중립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은 나한테만 좋아 보이는 디자인 결과물이 아닌 고객이 사용하기에 좋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꼭 길러야 할 역량이다. 중립적인 시선으로 프로덕트를 볼 수 있다면 디자이너 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상호 신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단순히 버튼을 솔리드 버튼으로 할지 고스트 버튼으로 할지에 대한 문제를 넘어서게 되면 어떻게 될까? 사무실에서 일어날 법한 대화를 압축적으로 묘사해보았다.

A: 이 플로우는 정확한 상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에요. 그러니까, 약간의 줄글이 생기는 것은 감안해야 해요.
B: 그렇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해요. 핵심만 간단하게 줄여서 전달하죠.
C: 좋아요. 그런데 어떤 정보가 핵심 정보죠?"
A: 어느 정도의 복잡도로 정보를 전달할지도 생각해야 해요.
C: 밀러의 법칙을 적용해보죠. 다만 비슷한 정보끼리 묶게 되면 위계상 한 뎁스가 더 생길 수 있어요.
B: 음... 그렇지만 정보는 적은 뎁스로 한눈에 보기 쉽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A: 다 좋아요. 그런데 논의할 시간이 많지 않아요.


앞서 A와 B, C의 대화에서 나타난 이슈를 추출해서 정리했다. 다음 중 어떤 조건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지 생각해보자.

a. 만족할 만큼 많은 텍스트로 정보를 전달한다.
b. 핵심 정보가 무엇인지 정한다.
c. 인지 부하를 줄이기 위해 정보를 묶어 뎁스를 만든다.
d.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뎁스를 없애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e. 시간이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각에 해당하는 시안을 빠르게 만들어서 내부 테스트를 하거나, 시안을 보면서 디자이너들끼리 후속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디자이너마다 자연스럽게 다른 것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는 시안이 생길 수 있고, 나름대로 그 시안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근거를 가지고 무조건적으로 A 시안이나 B 시안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각 시안이 가진 장단점을 분석하고 가치중립적으로 테스트에 임하거나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 좋은 프로덕트를 만드는 데 좋다. 근거가 부족한 개인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동료를 설득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지성이 날카로운 디자이너와 대화하면 금방 밑천을 드러내게 된다.


상대방도 납득할 수 있을 만한 논리를 세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메타인지적 사고 능력이다. 디자인 시안이나 아이디어를 내 시안, 내 아이디어, 내 경험에 따르면... 등의 생각으로 방어하고 변호하면, 동료가 내 의견을 꺾고자 하는 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디자인 커뮤니케이션을 네 말이 맞네, 내 말이 맞네를 겨루는 땅따먹기 게임으로 생각하게 된다.


한 걸음 물러서서, 지금 논의하고 있는 시안의 장점과 단점을 살펴보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객관적이고 철저한 논의에 나의 에고가 끼어들 자리는 없다. 오로지 사실들만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려울 것도 없다. 그냥 한 걸음 물러서서 내가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어차피 내가 한 생각들은 모두 가설이기 때문이다.


많건 적건 우리 모두 메타인지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본인의 메타인지 능력을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엄청난 강점이 있다. "오늘 회의에서는 메타인지적으로 생각해야지!" 하고 생각을 시작하는 걸 메타인지라고 할 수는 없다. 메타인지는 습관이기 때문이다. 메타인지를 습관화하면 디자인 커뮤니케이션과 프로덕트에 많은 개선이 있을 수 있다.




4. 마치며.

어떤 디자이너는 굳이 이런 사고 과정을 내재화하지 않아도, 사용자 피드백을 기반으로 프로덕트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맞다, 그건 정말 사실이다. 사용자 피드백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문제는 사용자들은 인터뷰에서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 툴로 수집된 정량 데이터들도 마찬가지다. 정량 데이터든 정성 데이터든 프로덕트의 상태를 말할지언정, 개선 방향성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말해준다 하더라도, 그것도 역시 개발되어 배포되고, 수치로 검증되기 전까지는 가설에 불과하다. 이 가설을 얼마나 튼튼하게 설계할 수 있을지, 그러기 위해 데이터들을 어떻게 잘 해석할 수 있을지 관해 메타인지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이야기한 것이다.


많은 매체에서 메타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도 역시 메타인지적 사고를 익히고 습관화하면 프로덕트에 대해 객관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프로덕트를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메타인지에는 다른 좋은 효과도 있다. 위에서 들었던 예시를 다시 한번 보자.

a. '내'가 이 사과를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구나.
b. '나'는 왜 이 사과가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했을까?
c. 무엇이 '나'를 이 사과를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도록 유도했을까?


계속해서 라는 단어가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메타인지 능력은 대상을 이해하는 데에 효과적이지만, 자기 인식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해외 유명 대학의 경영대 자문위원에 따르면 자기 인식은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한다. 비단 리더뿐 아니더라도 동료와 더 잘 소통하고, 더 나은 커리어를 선택하며, 자존감과 잠재력을 우상향 하는 삶을 살기 위해 메타인지를 활용하여 스스로를 잘 인식하는 것강력한 지적 무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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