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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콤 Sep 03. 2022

프레임스토밍을 아시나요?

옳은 질문을 찾기 위한 프레이밍의 기술

산업디자인학과 신입생 때가 기억난다.

제품 디자인 시간이었다. 교수님께서 조형 시안을 처음에 4장을 그리라 하시더니 다음 시간에는 새로 8장, 그다음 주까지 다시 16장, 32장, 64장... 교수님 마음에 드는 조형이 나올 때까지 x2로 계속 퇴짜를 맞았다. 그때는 교수님한테 정말 짜증났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경험이 중요했던 것 같다. 처음 그린 것은 다음에 그린 것보다 대부분 못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계획적인 노동이었을 거라고 그때의 기억을 미화하곤 한다.


그런데 처음보다 나중 아이디어가 나은 이유는 무엇일까?




1. 프레이밍 때문이다.

기획 또는 디자인을 하다 보면 프레임 또는 프레이밍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그런데 내가 겪었던 상황에서 사람들은 대부분은 부정적으로 이 말을 썼던 것 같다.


"그건 네가 프레임에 빠져서 그래."

"네 시각에서 볼 땐 그렇겠지"


프레임은 나쁜 것일까? 우리의 목표가 프레이밍을 벗어나는 것이 되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실제로 프레임을 활용하는 것은 우리 인간의 제한된 인지 능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 가지 사실만 염두하고 있으면 프레임을 사용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바로 내가 항상 나만의 프레임에 빠져 있다는 사실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에게 격렬한 저항을 받거나 곤경에 처하는 일이 없다면,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나만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대단히 힘들다. 굳이 구태여 프레임을 벗어날 이유도 생각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가 만들어낸 이 프레임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합리적이었고 유효했던 사고방식을 계속해서 학습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순간에는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다만 UX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전에 마주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들에 맞닥뜨렸을 때 기존의 프레임이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프레임에서 주도적으로 탈출할 수 있을까?





2. 디자인 씽킹에서의 리프레이밍

"There are no right answers to wrong questions." - Ursula K. Le Guin.


「어스시의 마법사」의 작가 어슐러 르 귄은 “올바른 질문을 하지 않으면, 올바른 대답을 들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 아마도 그가 쓴 소설에서 나온 문구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프레이밍은 문제 정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프레이밍은 질문과 동일한 말로 이해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말을 바꿔 보겠다. "올바른 프레임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올바른 솔루션을 도출할 수 없다."


프레이밍 = "질문하기"


그러면 리프레이밍은 뭘까? 다시 질문하는 것이다.


리프레이밍 = "다시 질문하기"


마지막으로, 프레임스토밍은 맞는 질문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질문하는 것이다.


프레임스토밍 = "계속해서 질문하기"


프레임스토밍을 설명하기 위해 자료를 조사할 때, 문득 인터넷에서 본 고양이 댄스 사진이 떠올랐다. 여러분이 이 정신없는 사진을 친구에게 설명한다면 무엇에 포커싱하여 묘사할 것인가? 어떻게 설명하면 사진을 보여주지 않고 친구를 웃길 수 있을까? 나는 재미있다고 막 설명했는데 친구가 웃지 않는다면, 묘사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지금 내가 여러분에게 그러고 있을 수도 있다. 난 재밌는데 여러분은 어떨지 모르겠다..


요점은 문제에 대한 첫 번째 솔루션이 최상의 솔루션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많은 성공한 디자이너와 사업가들은 방금 막 떠오른 좋은 솔루션을 바로 구현하는 것보다, 문제와 그를 둘러싼 환경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통해 첫 번째 아이디어를 구현했다면 발견할 수 없었을 시장에서 더 큰 반응을 유도하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만약 문제를 잘못 정의한 상태에서 솔루션을 만든다면, 그리고 시장의 평가를 받게 된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처음의 잘못된 시도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질문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하기 전에, 이것이 옳은 질문인지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 그럴 경우에 프레임스토밍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좋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면 섣부르게 솔루션(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제안하기에 앞서 어떤 다른 관점들이 있을 수 있는지, 실제로 이 솔루션이 최선인지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이너는 주어진 문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주어진 문제와 그것의 맥락을 탐색하고 문제를 재해석하거나 재구성하여, 문제를 특정하게 프레이밍하여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다.

Schön, Donald A. The Reflective Practitioner: How Professionals Think in Action. New York: Basic, 1983.




3. 프레임스토밍 vs. 브레인스토밍

아마도 여러분은 이름이 비슷한 두 프레임워크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할 것이다. 이 둘은 매우 다르고, 실시하는 목적도 다르다. 프레임스토밍과 브레인스토밍의 차이점을 알아보면 이 둘을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이해할 수 있다.


(A) 프레임스토밍

프레임스토밍의 목적은 질문을 찾는 것이다. 지금 발생한 문제를 섣불리 정의하기 전에, 어떤 관점에서 접근할 것인지 가능한 많은 질문을 생성한다. 특히 많은 전문가들은 프레임스토밍 워크샵 전에 사전 리서치를 잘 진행할 것을 추천하는데, 사전에 문제 상황이 객관적으로 잘 조사될수록 워크샵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시야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프레이밍의 정확도가 높아질 수 있다.

(B) 브레인스토밍

브레인스토밍의 목적은 답을 찾는 것이다. 앞서 프레이밍 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답)를 발산한다. 도출된 아이디어 중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을 선정하여, 그 아이디어가 실제로 유효할지 후속 리서치를 진행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브레인스토밍은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유롭게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이 목적이다. 반면 프레임스토밍은 기존에 진행했던 문제 정의가 여전히 유효한지 재검토하고, 더 나은 인지적 프레임을 제안하기 위해 실행한다. 프레임스토밍은 문제 해결에 유효한 질문(프레임)을 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4. 올바른 질문을 찾기 위한 프레임스토밍

해외 리서치 센터나 전문가들은 프레임스토밍과 브레인스토밍이 포함된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를 실시할 때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1) 워크샵 전에 문제를 사전 리서치한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최대한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2) 프레임스토밍 워크샵을 연다.

이 워크샵에서는 우리가 다루는 쟁점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프레이밍할 문제를 결정하고, 참여자들이 현재 발생한 문제를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25%의 사용자가 온보딩에서 이탈한다."와 같은 명확한 한 문장으로 상황을 정의한다.

참가자들이 가능한 사고의 제한 없이 다양한 관점의 질문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토론이 끝나면 함께 모여 질문을 검토하고 문장을 다듬는다. 그리고 어떤 질문이 문제 해결에 가장 유효할지 결정한다. 질문을 정했으면 리서치 내용을 기반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가설을 설정한다. 질문들을 가설의 형식으로 만들면 나중에 어떤 수치들을 보고 가설의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을지 알기 좋다.


3) 브레인스토밍을 실시한다.

앞서 진행한 프레임스토밍에서 유효할 질문을 선택하고 가설을 설정했다면, 브레인스토밍은 정의된 가설을 기반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답을 찾기 위해 진행한다. 프레임스토밍과 마찬가지로 질보다는 양에 초첨을 맞추어 진행하며, 어느 정도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유사한 것들끼리 분류하여 단계적으로 추린다. 어떤 아이디어가 가장 유효할지 검토한 후, 최종안을 선정한다.


4) 마지막으로 후속 리서치를 진행한다.

 브레인스토밍에서 제안한 해결안이 효과가 있을지 테스트한다. 실제로  프로젝트에 반영해 효과가 있는지 관찰해도 좋다. 만약 성공하지 못했다면, 다시 첫 번째 단계로 돌아간다.



5. 마치며


프레임스토밍은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보는 것이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프레임스토밍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그걸 의식적으로 프레임스토밍이나 리-프레이밍이라고 정의 내리지 않고 생각할 뿐이다.


이를 프로세스화하여 객관적으로 규정하고 활용하면, 무의식적으로 활용할 때보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쉽다. 디자이너 각자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보다 문제에 접근하는 관점에 대한 공감을 얻기도 더 쉽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리프레이밍 전문가 토마스 웨델-웨델스보그에 따르면 문제를 잘 해결하는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낙관주의라고 한다. 리프레이밍에 익숙한 그들은 기존에 갖고 있던 프레임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더라도 그다지 충격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무엇이 틀렸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에 문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더 좋은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는 자기가 가진 프레임을 깨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다. 내가 아닌 사용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추측하는 것은 너무 어렵고 대부분 맞지 않기 때문에, 제품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에 가진 생각에 고정되지 말고 가능한 사실적으로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제 정의를 위해 새로운 프레임을 제안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지적으로 참 고단한 것 같다. 좋은 디자이너란 그 고단함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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