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SS 헤라 서울패션위크 리뷰
2017-10-18
18일 오후, DDP S2에서 빅팍의 2018 컬렉션이 공개되었다.
사실 DDP는 공간적 제약이 많아 쇼를 하기에 썩 좋은 공간은 아니다. 그러나 빅팍의 무대는 언제나 스테이지에 대한 최대한의 세련된 활용으로 게스트들을 그의 영감의 세계로 깊숙이 끌어들인다.
쇼가 시작되기 전, 모델들이 걷게 될 런웨이에는 서치라이트가 배열되어 미니멀한 활주로를 재현하고 있었다. 곧 불이 꺼지고, 서치라이트의 불빛과 강렬한 사운드트랙이 무대를 채우자, 지난 시즌엔 아르누보풍의 현판으로 장식했던 Stage Wall은 커다란 스크린이 되어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의 영상을 토해냈다.
빅팍의 이번 시즌 주제는 플라이츠오브팬시(Flights of Fancy), 즉, 비행에 대한 상상이다. 디자이너 박윤수는 영화 덩케르크(Dunkirk)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벽을 타고 수직으로 쏟아지는 바다의 영상을 배경으로 하나 둘 걸어 나오기 시작한 모델들.
그들은 덩케르크의 웅장한 비애감, 와일드한 젊음, 혹은 비행을 한다 실종된 어린 왕자(The Little Prince)의 작가 생떽쥐베리(Saint-Exupéry)를 연상케 하는 폭넓은 스타일들은 연주하기 시작했다.
쇼의 근간은 밀리터리 룩이었다.
빅팍이 제안하는 밀리터리룩은 젊고 화려한 펑크스타일이었다. 트렌치와 로얄더스터 코우트(Royal Dusters), 밀리터리 셔츠, 바머자켓 등은 비비드한 컬러 배합, 앤티크한 세리프체의 그래픽, 금색의 메탈 장식들로 대담하게 장식되었다.
가장 인상적인 스타일들은 페전트풍의 블라우스와 스커트들이었다. 이 스타일들은 어떤 면에서 모든 디자이너의 관심사다. 2017년 춘하에 가장 잘 팔렸을, 그리고 2018년 춘하에도 인기를 모을 아이템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빅팍은 와일드한 꾸뛰르 방식으로 이 핫아이템을 재해석했다. 소매는 스킬풀하게 부풀려졌으며, 거친 로고 테잎과 메탈장식이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뤘다.
박윤수가 상상한 비행은 숨가쁜 긴장감으로 가득 차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곳곳에 어린왕자 같은 천진난만함이 배어 있었는데, 비행기 무늬의 니트들, 사랑스러운 꽃무늬들, 그리고 비비드한 꼴라쥬 프린트들이 그러했다.
매우 짜임새 있고 단단한 쇼였다. 비닐 소재의 사우웨스터 모자(Sou'Wester Hat: 소방관 모자), 해체적인 스웻셔츠, Tag형식의 로고 테잎, 올오버(Allover) 프린트 등 핫트렌드 요소들도 감각적으로 안배되었다.
노장이 담아내는 쇼의 풍부함은 과연 격이 달랐다. 어떤 요소도 세 번 이상 반복되지 않았고, 그런 농축된 다양함으로 44벌의 착장이 빼곡히 런웨이를 행진했다.
이 시대에서 패션쇼란 대체 어떤 의미일까.
그것이 디자이너의 영감 속으로 게스트들을 데리고 들어가, 그가 느꼈던 것들을 함께 느낌으로서 매료시키는 경험의 장이라면, 오늘 빅팍의 무대는 바로 그 쇼의 진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