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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희 Oct 29. 2018

랭앤루, 펀더랜드(Funderland)로의 여행

2019 SS 서울패션위크 리뷰

이번 시즌 랭앤루의 주제는 펀더렌드(Funderland),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배경인 원더랜드(Wonderland)를 패러디한 단어다. 원더랜드가 기이함으로 가득 찬 곳이라면, 펀더랜드는 즐거움으로 가득 찬 곳이다.

어쩌면 펀더랜드는 랭앤루가 추구하는 영원한 테마다. 행복한 재미로 가득한 세계, 여자들에게 랭앤루는 바로 그런 세계로 가는 관문이다.

쇼는 안용진 작가와 콜라보한 영상으로 시작되었다. 안용진과의 콜라보는 펀더랜드로 가는 열차를 탄 게스트들을 즐거운 호기심으로 몰아넣었다.

음악이 흥미로운 디스코 밴드 뮤직으로 바뀌면서 모델들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펀더랜드를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요소들은 컬러와 소재였다. 눈이 어른거리는 옵아트(Op-art) 패턴과 네온 컬러, 스파클링 소재, 플라스틱으로 된 슈즈와 백 등이 재미를 찾아 신나는 여행을 떠나려는 소녀들의 마음을 저격했다.  스타일은 지난 시즌의 무드를 이어 80년대적 감성에 포커스를 두었다. 풍성한 러플과 빅 숄더, 볼륨 소매와 프릴 컬러와 리본이 쇼의 반복악절이었다.

이번 시즌에는 시스루(See-through) 스타일이 특히 돋보였다. 가장 인상깊었던 스타일은 튤(tulle)과 시폰 소재로 거품 같은 프릴 드레스의 시리즈들과 바디 수트들—아마 올 여름 출시된 랭앤루 스윔웨어의 다음 버전으로 보이는—위에 홑겹으로 걸친 레이어링 피스들이었다.

언제나처럼 쇼는 열광의 도가니였다. 모델들이 걸어나올 때 마다 게스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스타일들을 재잘거리며 손가락으로 가르치는 등 바쁜 리액션을 보내고 있었다. 특히 화려한 쇼피스들 틈으로 간간이 지나가는 웨어러블한 드레스들은 보다 새로운 랭앤루를 사기 위해 지갑을 열고 기다리는 팬들에겐 반가운 선물이었다.

변혜정과 박민선, 두 디자이너에게 이번 무대는 세번째 런웨이다. 이 총명한 디자이너 듀오가 걸어온 성공적 행보는 현재 무척이나 어려운 국내 여성복 시장에선 소중한 케이스다. 어떻게 팬을 만들어가는가, 어떻게 그들과 호흡하며 로열티를 지켜가는가에 있어 랭앤루는 다른 브랜드들이 본받을 점이 많은 브랜드다.

하지만 자그마한 염려가 있기는 하다. 쇼에는 쇼피스가 분명 필요하지만, 쇼피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디자이너들을 쉬이 지치게 한다. 물론 기성 디자이너들 중에, 쇼피스는 프리오더만 진행하고, 실제 수익은 세컨브랜드로만 얻고 있는 디자이너들도 적지않다.


그러나 그런 길을 따라 걷기엔, 랭앤루가 그동안 걸어온  혁신의 길이 너무 아깝다. 랭앤루의 힘은 드레스와 퍼코우트라는 단순한 아이템에 집중함으로서 주는 ‘효율’에 기인해 왔다.  여기에 티셔츠 같은 아이템들이 성공적으로 붙여나가면서, 지금까지 커머셜하게는 매우 내실있는 구조로 성장해온 브랜드가 바로 랭앤루다.


쇼는, 들어가는 비용은 현실적인 데 비해 그 리턴(return)은 매우 추상적인 이벤트다. 디자이너로선 고객들의 열광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늘 리턴과 관계없이 더 나은 쇼를 선보이려는 마음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이 듀오의 역량으로 볼 때, 아마 다음시즌에도 우리는 눈이 즐거운 다양한 쇼피스들을 보며 탄성을 지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판매되는 아이템에 쇼의 일부를 더 할애하고, 쇼에서는 캐시카우 아이템들의 밋밋함을 ‘스타일링’ 즉, 화려한 코디네이션으로 커버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어떨까란 생각도 든다.


랭앤루가 걸어왔던 방식대로 미래를 본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See-now-buy-now가 대세인 시점에서  쇼를 보는 와중에라도 충분히 프리오더(Pre-order)버튼을 눌러 줄 수 있을 이들이 랭앤루의 고객들이다.


쇼는 훌륭했다. 하지만 때로 가파른 성공과 팬들의 빠른 열광은 디자이너들의 시간과 노력을 무심히 앗아가기도 한다. 더 화려해진 쇼와 더 열광적인 고객들을 보고 기우가 드는 것은 어쩌면 나이탓인지도 모르겠다.

재능넘치는 랭앤루의 듀오가 지치지 않고 지금까지 거두어온 ‘사업적’인 성공을 더 오래 이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앞선 탓이다.


혁신으로 여기까지 걸어온 듀오 디자이너 변혜정과 박민선, 그들의 미래도 남과 다른 혁신 속에 열려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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