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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희 Nov 03. 2019

BigPark, 우리 삶에 '나침반'의 의미

2020 춘하 서울 패션위크 리뷰 

LIFE WITHOUT A COMPASS.

BigPark의 2020 춘하 컬렉션 테마는 바로 '나침반 없는 삶'이었다. 


우린 주변에서 삶에 대한 많은 충고를 듣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혼란스럽다. 얼마나 나이가 들면 어떻게 사는 것이 맞는지 알 수 있을까. 


누군가는 강한 나침반을 원하며 무언가에 매달린다. 종교, 일, 사랑, 무엇이건 강한 신념을 붙잡고 삶을 정확한 방향으로만 항해하려 애쓴다. 하지만 애초에 삶이 미지의 대륙을 발견하고자 떠나는 항해라면, 그저 즐거운 모험의 파도에 맡겨 보는 건 어떨까. 


노장의 디자이너는 발길 닿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삶의 우연에 경의를 표하며 항해해보라고 이야기한다.


쥴라이컬럼의 인상 깊은 프린트와 80년대의 파이렛츠(Pirates:해적) 펑크가 쇼의 닻을 올렸다. 프린트는 클래식한 마린풍의 Naval 프린트와 이야기가 넘치는 트왈(Toile :동판 나염) 프린트, 엠블럼 프린트 등으로 다양했다. 특히 섬세한 트왈 프린트에는 보물상자와 원주민의 모습, 나침반과 보태니컬 모티프가 함께 새겨져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트왈 프린트에는 보물상자와 나침반, 원주민의 모습들이 새겨져 있다. 
엠블럼 스타일의 프린트
클래식한 네이벌 프린트

파이렛츠 룩에서 박윤수는 노련한 꾸뛰르 스킬들을 뽐냈다. 섬세한 루슈와 프릴로 장식된 오차 없는 볼륨과 커팅은 오직 디자이너 클로스에서만 볼 수 있는 사치스러운 디테일들이었다. 

화려한 소매의 루슈와 뒷판의 절개가 빛났던 파이렛츠 드레스 
볼륨의 스킬이 돋보였던 시리즈였다.
미디벌 칼라와 화려한 소매가 보는 이를 감탄케 한다.

빅팍은 여기에 웨스턴 스타일과 80년대의 파워 슈트를 섞어 보다 자신감 넘치는 여성상을 만들어냈다. 웨스턴 부츠와 셔츠들, 역시 꾸뛰르 감각으로 길게 늘어뜨린 프린지 피스들이 등장했고, YSL 감각의 스트라이프 슈트 시리즈를 피날레로 쇼가 마무리되었다. 

웨스턴부츠는 쇼 전체에서 중요한 슈즈였다. 
빅팍은 긴 스파게티 프린지를 사용했다.
파자마 수트와 롱 블레이저.
YSL 감각의 스트라이프 더블 블레이저 코트 

가장 멋졌던 피스들은 트렌치 코우트와 드레스류였다. 트렌치 코우트는 쇼 내내 다양한 방식으로 플레이되었는데, 프린트와 볼륨, 컬러 블록, 스포츠 등 트렌디한 요소들을 다채롭게 블렌딩 했다. 

트렌치에서 보여준 빅팍의 역량은 놀라왔다.

자신감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그것은 틀리지 않는 방향을 가르쳐 주는 나침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생의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있는 받아들이면서 스스로를 믿고 배를 띄울 수 있는 용기다. 


한바탕의 축제와 같은 항해, 나침반 없는 항해와 같은 삶. 

어쩌면 우리 모두는 해적이고, 서부 개척자이며, 도시인일 것이다. 미래를 미리 내다보려하거나, 과거를 돌아보며 수많은 '만약에'를 되묻기 보다는, 현재의 모험에 충실하는 것이 당당한 삶의 길이다. 


언제나 한편의 드라마같은 쇼를 펄쳐보이는 박윤수의 컬렉션에서, 이날 청중들은 낯선 섬으로, 80년대 런던의 뒷골목으로, 혹은 2020년의 도시 한 가운데로 즐거운 투어를 경험했다. 


빅팍의 쇼처럼 삶은 그 자체로 즐거운 펑크인 것은 아닐까.

잊고 있었던 삶의 '두근거림'과 '모험'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는 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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