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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희 Mar 27. 2019

두칸,"Mixed", 그리고 Next

2019 추동 서울패션위크 리뷰

어떤 여성들에게 '브랜드'와 '디자이너 부띠끄'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물론 디자이너 의류이지만 소비자도 하나의 브랜드로 바라보고 브랜드처럼 판매되는 곳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특별한 옷을 찾는 여성들에게는 '디자이너 부띠끄'란 기존의 '브랜드'가 줄 수 없는 충족감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 더 뚜렷한 개성, 돋보이는 컬러와 크래프트, 그래서 그 옷 한 벌로 자신의 하루가 드라마가 될 수 있는 그런 옷을 만드는 곳 말이다. 


한국에 그런 여성들을 위해 '두칸'이 있다. 

두칸은 날카로운 개성으로 탄탄한 팬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독특한 브랜드다. 디자이너 최충훈은 그런 여성들에게 '이게 디자이너 부띠끄지' 싶을 만큼 강렬한 프린트, 섬세한 디테일로 '꽉 찬 옷'을 짓는다.  


디자이너가 그런 뚜렷한 자기 확신으로 매출의 보답을 받는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알게 모르게 많은 국내 팬들과 해외 팬들(아랍과 중국에서의 인기는 이미 잘 알려진 바다)을 확보한 두칸은 얼마 전부터 롯데백화점 Eliden 편집숍에도 입점하여 점차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이미 5개점에 입점했고, 3개점에선 이미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과연 이번 두칸의 쇼는 어떤 새로운 버전을 보여줄까.


토요일 아침인데도 쇼장은 빼곡한 게스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인상 깊게도 유럽과 북미지역 대사 부부들이 최충훈의 옷을 보기 위해 앉아있었고, 업계의 쟁쟁한 선배 디자이너들과 관련 인사들이 프론트로우를 가득 채우는 가운데 쇼는 시작되었다. 


최충훈은 이번 쇼에 "Mixed"라는 이름을 붙였다. 

포스터는 펜싱을 하는 두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어딘가 플라멩고와 투우의 열정이 섞인 것 같은 이 포스터는 두칸다운 카리스마, 찌르고 들어오는 미학을 대변한다. 


쇼 시작은 그의 시그너쳐 피스인 흑백과 레드의 아이템으로 시작되었다. 이 프린트의 스커트는 현재 두칸의 베스트 셀러 중 하나다. 

이번 시즌의 새로운 시도로는 옐로우 레오파드가 가미된 새로운 프린트 드레스들과, 유럽의 포크로어 드레스를 재해석한 볼륨 슬리브 피스들, 또 레트로한 체크를 패치워크한 셔츠드레스 들이었다. 말 그대로 Mixed, 많은 트렌드 요소가 혼합돼 빚어낸 스타일들이다.

특히 소매부분들에 크래프트가 집중되어 있었는데, 러플과 볼륨, 플레어를 빚어내는 각기 다른 디테일들이 두 칸의 여성미를 극대화시키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피스는 어깨를 화려한 프린트로 장식한 블랙의 블라우스와 드레스들이었다. 이전의 두칸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심플한 색감, 여기에 최충훈은 화려한 프릴로 화려함을 보상하며 두칸다운 드라마를 만들었다.

언제나처럼 섬세한 디테일과 강렬한 컬러가 대담하게 펼쳐졌던 쇼였다. 


단지 이제는 시그너쳐 라인이 그만 반복되어도 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 화이트, 레드 조합의 프린트는 쇼에서는 좀 줄여도 되는 게 아닐까. 도리어 옐로우 레오파드나 체크패치워크 피스들, 그리고 민속복을 닮은 드레스들은 더 늘어나도 되지 않을까.


쇼가 끝나고 우연히 최충훈 디자이너를 만나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디자이너 최충훈은 짐짓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압니다. 사실 이번 시즌까지는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요. 이제 다 충분히 보여줬고 지금 사실 새로운 라인들을 준비 중이에요."


이미 샤넬과 겐조에서 탄탄한 경력을 다진 최충훈이다. 아무리 탄탄한 경력의 디자이너라 해도 패션쇼는 어려운 무대다. 쇼피스가 가져야 할 드라마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매장처럼 있는 그대로의 클래식믹스를 보여줄 것인가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선택이다. 


중견 디자이너로서, 2-30대 여성 캐릭터에서 디자이너 부띠끄로 이렇게 자리잡은 디자이너는 드물다. 이제 백화점 유통이라는 대중적 접점에서 그는 또 어떤 선택과 시도를 하게 될까. 

 

어떤 시도이건 변하지 않을 것은 분명 한 가지 있다. 두칸의 색, 최충훈이 그의 경력만큼 고집해온 뚜렷한 개성만큼은 아마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 집념이 앞으로도 두칸이 더 멀리 날 수 있는 날개가 되어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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