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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희 Jan 06. 2017

패션 에디터란?

Editor와 Writer의 차이

요즘 패션 에디터가 되려는 젊은 친구들을 종종 본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어째서 왜 에디터가 되고 싶은 건지 한번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아마 이 계통에서 올해로 19년이다 보니, 에디터가 되겠다는 친구들을 많이 본 만큼, 그 친구들이 내는 사표 또한 많이 받아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나 자신도 어린 시절 정확하지 않은 꿈을 좇아 책을 만들기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이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 보람, 내 인생에서의 의미, 이런 것들을 깨달은 건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30대 후반이나 되어서였다.

 

만약 인생을 다시 산다면, 난 아마 같은 길을 가지 않았을까 싶다. 한편 가끔 돌아보면, 그때 내가 알았더라면 정말 좋았을 이야기들이 떠올라 아쉬운 순간도 많다. ‘패션 에디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란 매거진은 지금의 내가 20년 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이미 나에겐 늦은 이야기지만 지금 패션 에디터란 꿈을 꾸는 친구들에겐 작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  패션 에디터란


먼저, 에디터는 정말이지 멋진 직업이다. 하지만 패션에 대해 글을 쓰고 싶다면, 굳이 에디터가 될 필요는 없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에디터(Fashion Editor)는 라이터(Fashion Writer), 즉, 작가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 만약 패션을 좋아하고 이에 대해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면, 작가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걸 먼저 염두에 두자. 왜냐하면 작가 또한 멋진 직업이기 때문이다.


패션 에디터는 첫째 어떤 ‘매체’에 속한 사람, 즉 특정 매체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란 의미를 함께 가진다.‘나는 어떤 매체에서 일하는가’라는 질문은 패션 에디터의 아이덴티티를 결정짓는 중요한 질문이다. “나는 Vogue에서 일한다”고하면 그는 Vogue의 색깔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 안에서, Vogue에 맞는 글을 쓰게 된다. “나는 COLOR에서 일한다”라고 하면 그는 COLOR의 색깔에 맞게 COLOR다운 글을 쓰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1인 미디어를 가진 사람이 패션에 대한 글을 계속해서 써나가는 경우는 어떨까. 그가 그저 이런저런 상념을 쓰고 있다면, 그는 그냥 블로거다. 그러나 그가 ‘색깔’ 있는 글을 써나가는 사람이어서, 그의 블로그가 어느 정도 개성과 색깔을 인정받고 있다면, 그의 블로그는 이미 하나의 패션매체이고 그 또한 에디터라 정의할 수 있다. 


둘째, 패션 에디터는 말 그대로 ‘편집’을 다루는 사람이다. 즉, 글을 쓰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글과 이미지, 이들을 어떻게 배치할지, 어떤 사진을 어디에 넣을지, 어느 글씨를 어떤 크기로 넣을지를 함께 고려한다는 뜻이다. 

특히 패션매체에서 편집은 대단히 중요한 분야다. 세상에 많은 매체들이 있지만, 대부분 그 매체들에 글을 쓰는 사람들은 리포터나 기자로 불리지, 에디터라 불리지 않는다. 패션매체 중에서도 ‘텍스트 위주’의 신문이나 잡지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역시 에디터가 아닌 기자로 불린다. 


에디터란 대개 텍스트 위주가 아닌, 사진과 같은 비주얼 한 요소를 함께 다루는 매체에 속한 사람들이다.(잡지를 떠올리면 가장 쉬울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음, 이런 배치나 페이지 디자인은 편집디자이너의 몫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각 잡지사들에는 ‘편집디자이너’란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 페이지의 전체적 강조점이 어디인지, 이 페이지에서 가장 중요한 사진이 무엇인지를 정하는 것은 결국 글을 쓰고 자료를 모은 당사자, 에디터의 몫이다. 제대로 된 에디터라면 편집디자이너들과 조율하여 자신의 칼럼이 어떤 형태로 보여야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셋째, 패션 에디터는 트렌드를 다루는 사람이다. 패션매체는 정기간행물이고, 정기간행물의 색깔은 단행본의 색깔과 완전히 다르다. 왜 매체들은 1달에 한번, 혹은 1년에 4번, 같은 정기적 형태로 출간될까? 독자들은 매월 잡지를 사면서 번번이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기를 기대할까.  

이 부분을 간파하는 것이 에디터의 힘인데, 때로 트렌드란 ‘하태하태’하는 것들을 잡아내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독자들은 무엇이 유행인지에 대한 소식도 듣고 싶어 하지만, 더 깊은 이야기, 몰랐던 이야기, 알아두면 좋을 이야기에도 관심을 둔다. 트렌드를 중심에 두고 이를 어떻게 풍요롭게 전달할 수 있는가가 매체의 수준을 결정하는 셈이다. 


이런 에디터의 직업적 특성 때문에, 에디터란 직업은 작가에 비해 복잡다단하다. 


전에 데리고 있던 직원 중에 매우 뛰어난 문장력을 가진 친구가 하나 있었다. 어찌나 글을 잘 쓰는지, 기회가 되어 다른 매체의 칼럼니스트로 소개까지 시켰을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이 친구는 트렌드 감각과 비주얼 감각이 부족했다. 무엇이 유행하는지를 빨리 캐치하는 것을 힘들어했고, 사진의 배치를 고민하는 것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여겼다. 이 친구에게 그런 작업은 괴롭고 벅찬 일이었다. 그 친구는 결국 일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갔다.


난 이런 친구들에게 꼭 패션 에디터가 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에디터는 문장력도 있어야겠지만, 비주얼 자료를 다루는 능력, 트렌드를 다루는 능력이 모두 필요하다. 이런 능력은 충분히 배워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배워가는 길이 너무도 괴롭다면, 가르쳐줄 방법도 만무하거니와, 그렇다고 그런 일들을 빼고 에디팅을 할 방법도 없으니 난감할 뿐이다. 

이럴 땐 과연 에디터가 자신이 추구하는 길이 맞는지 생각해 보는 게 좋다.


2.  1인 미디어, 온라인 미디어 시대의 새내기들에게


최근 들어 패션매체는 정말 다양해졌다. 전에는 패션매체=패션잡지였지만, 최근에는 수많은 패션 블로그, 패션사이트들이 등장하면서 매체시장은 정말이지 풍요로워 졌다.

그러다 보니 젊은 친구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져서, 기존의 매체에 들어가기보다 자신만의 매체로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드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친구들 중에는 꽤 멋지게 성공한 친구들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현상을 매우 즐겁고 희망차게 바라보는 중이다. 나 자신 또한 아무것도 모르는 채 어설픈 글, 어설픈 에디팅, 어설픈 트렌드로 시작했다. 그렇게 우스꽝스럽게 시작해 이리저리 부딪히며 커온 과정은, 힘들었지만 즐거웠고, 어디서도 배울 수 없었던 근본적인 자신감과 관용, 보람이라는 걸 가르쳐주었다. 


지금 그렇게 1인 미디어로 시작한 새내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몇 가지 있다.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지금 어설픈 건 정말이지 괜찮다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트렌드를 하나도 모르는 것 같은가? 말해두건대, 정말이지 괜찮다. 지금 이 글을 읽고 나니 그동안 페이지 디자인 같은 건 생각해보지 않았는가? 말해두건대, 이 또한 정말이지 괜찮다. 


다만 한 가지, 꼭 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 그렇더라도 10년 뒤에는 부족한 것들을 잘하게 되는 쪽으로 마음의 방향키를 돌려두는 것이다. ‘음, 트렌드를 더 공부해야겠군’,‘음, 페이지 디자인이라는 것도 앞으로는 좀 알아두어야겠는 걸’, 이란 생각의 씨를 심어 두라는 얘기다. 


젊은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가끔 놀랄 때가 있다. 요즘 친구들은 지금 자신이 가진 역량으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짓고 타협을 보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무언가 들어보지 않은 이야기, 생각지 못한 이야기가 나오면, 쉬이 고개를 돌리거나 ‘내 길은 그런 쪽은 아니야’라고 말해버리는 건 아마 아직 어리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나의 경험에 비추면, 나도 어릴 땐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자신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 앞에는 언제나 두 가지 선택지가 함께 놓여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하나는, 내 길이 아니야, 라며 포기하는 것. 다른 하나는 아, 이게 부족하니 앞으로 요걸 갖추면 되겠네,라고 마음먹는 것. 내 경험에 의하면 두 번째 선택지는 언제나 옳았다. 


이미 그런 정도로는 흔들리지 않을 만큼 진심으로 패션 에디터가 좋은 친구들이라면, 즉, 지금 어설프건 웃기건 간에 나만의 블로그, 나만의 사이트를 만드는 게 재밌어 죽겠는 친구들, 그리고 지금 부족한 것들을 즐겁게 배워갈 준비가 된 친구들이라면 사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 


첫째, 자기 매체의 아이덴티티, 나의 아이덴티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나는 대체 무엇을 쓰는 사람인가? 나의 블로그는 대체 어떤 이야기를 게재하는 곳인가? 

특히 요즘 같이 미디어가 넘쳐나는 세상에선 그저 ‘패션’이라고 하지 말고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는 게 좋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주제는 무언지 먼저 생각해보고, 그중에 쓸 거리를 정해 보는 것은 좋은 연습이다. 

예를 들어 ‘아동복’만 쓴다던지, ‘구두’만 쓴다던지, ‘디자이너’ 얘기만 쓴다던지, 혹은 ‘패션 이벤트’만 다룬다던지.. 어떻게든 나의 관심분야와 나의 글을 연결 지을 주제는 패션 안에서도 무궁무진하다. 


조금 작은 영역을 노려보라고 권하는 이유는, 꾸준히 쓰다 보면 작은 영역일수록 저절로 최고가 될 수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분야를 파다 보면, 자연스럽게 트렌드를 보는 눈도 함께 길러지고, 차츰 영역을 넓혀가는 법도 배우게 된다. 


처음 패션 블로그를 시작하는 친구들은 다른 패션 블로그들이 이런 걸 하더라, 라는 걸 따라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보다는 도리어 그들이 하지 않는 분야, 자신만의 작은 영역을 발견하는데 선명한 초점을 두어 거기서부터 시작하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둘째, 지금은 네이버나 다음 등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즉, 디자인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괜찮다. 그러나 앞으로는 시간을 내어 이미지, 동영상, 웹사이트를 다루는 기술들을 조금씩 배워갔으면 한다. 앞으로 에디터가 다루어야 할 미디어는 그저 글과 사진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지 만들기, 동영상 만들기, 웹사이트 만들기 등은 이제 꼬마 아이들도 할 수 있을 만큼 어렵지 않은 툴로 대중화되어 있다. 언젠가 좋은 디자이너를 파트너로 만나겠지만, 스스로 조금은 다룰 줄 아는 것이 의견을 조율하는데도 큰 힘이 된다.  또한 약속하건대, 이런 툴을 배우는 순간, 나의 블로그와 사이트는 한층 더 스타일리시한 것으로 저절로 업그레이드되기 시작할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패션매체의 종류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조금 더 깊이 살펴볼까 한다. 


보그(Vogue)나 엘르(Elle) 같은 잡지가 전부가 아니다. 그런 BtoC매체 외에도, 패션 스페셜리스트를 독자로 두는 전문 매거진(BtoB)도 있고(나는 BtoB 매체를 만든다), 최근 폭증한 수많은 온라인 매체들도 있다. 아마 온라인 매체들 중에는 무엇이 유명한지 잘 모르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패션 매체들에는 어떤 매체들이 존재하며, 최근 어떤 매체들이 특히 각광받는지를 살펴봄으로써, 패션 에디터로서 나의 아이덴티티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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